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놓고 다시 충돌… 반박에 재반박 여론전 심화
영풍 “최윤범 회장, 나쁜 지배구조의 전형… 주주가치 훼손” 고려아연 “MBK와 손잡은 영풍, 기업가치 훼손 주범” 동업에서 적대관계로… 소송만 24건,되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갈등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이 영풍의 공격을 막아내며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최근 영풍이 다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며 재발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고려아연이 즉각 반박하고, 영풍이 이를 재반박하며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 영풍 “최윤범 회장, 나쁜 지배구조의 전형”
영풍은 “최 회장의 독단적 경영과 지배력 방어 행위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이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적대적 M&A를 시도했다”며 맞서고 있다.
영풍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최윤범 회장이 지난 1년간 보여준 경영 행태는 나쁜 지배구조의 전형이자 주주가치 훼손의 모든 것”이라고 직격하며, “고려아연의 이사회 독립성, 경영 투명성, 책임 경영이 제도화될 때까지, 최대주주로서 회사의 지배구조가 바로 설 때까지 흔들림 없이 행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영풍의 주장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1년간 5600억 원을 원아시아파트너스, 1200억 원을 캐나다 심해채굴업체 TMC에 투자했는데, 모두 이사회 검토 없이 회장 전결로 집행됐다. 영풍은 이를 두고 “국가 기간산업체를 사유재산처럼 전횡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40년간 유지한 무차입 경영 기조도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에만 순현금이 4조1000억 원 줄고 차입금이 3조7000억 원 늘면서 순차입금이 3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자비용도 250억 원에서 11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영풍은 “이는 전형적인 전횡 경영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영풍은 최근 주장한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경영권 분쟁 당시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와 불법적인 자문용역을 체결하고 영풍을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례도 꼬집었다.
영풍은 "최 회장 부임 이후 고려아연의 자금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아니라 회장 개인의 지배력 방어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하며 “최 회장이 주장하는 최대주주의 적대적 M&A 프레임은 독단적 전횡을 지속하고픈 경영 대리인의 자기합리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 고려아연 “적대적 M&A, 기업가치 훼손 주범은 영풍”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곧바로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15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글로벌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그리고 영풍·MBK의 적대적 M&A 공격 속에서도 사상 최대 매출과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며 “영풍이야말로 기업가치 훼손의 주범”이라고 맞섰다.
고려아연은 “사외이사 의장제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이사회 산하 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꾸리며 투명 경영을 실천해왔다”며 “약속한 자사주 소각도 이행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풍에 대해서는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기습적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한 뒤 법적 소송만 24건을 남발하며 회사의 경영 안정성을 훼손했다”며 “사회적으로 논란 많은 사모펀드와 손잡은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 반박에 재반박… 다시 불 붙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하지만 영풍은 물러서지 않았다. 영풍은 16일 재반박 자료를 내고 “최대주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적대적 M&A로 왜곡하는 것은 허구의 프레임”이라며 “진짜 문제는 최윤범 회장의 사익 추구”라고 맞받았다.
영풍은 “자사주 공개매수에 2조5000억 원을 쏟아 배당가능이익이 고갈됐고, 해외 자회사를 동원해 불법적 상호주를 형성해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했다”며 “이는 모든 주주 권익을 침해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주주의 정당한 권리 행사는 결코 적대적일 수 없다" 며 "경영 정상화는 고려아연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주장과 반박,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진 이번 사태는 ‘동업’으로 출발한 양측이 완전히 ‘적대’로 돌아섰음을 보여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다. 양사는 75년간 동업 관계를 유지하며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키워왔다. 그러나 지난해 최윤범 회장이 단독 회장에 오르면서 양측의 균열이 본격화했다.
특히 지난해 7월 고려아연이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 있던 본사를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으로 이전하며 양사의 갈등이 전면에 표출됐고, 영풍은 지난해 9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주주 간 계약을 맺고 MBK 주도로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합의하면서 본격 분쟁이 시작됐다.
실제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에 돌입했다. 공개 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 83만원으로 차례로 올리며 약 2조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응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매수 가격을 89만원까지 높이며 약 3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쩐의 전쟁을 벌였다.
결국 지난 3월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체 15명의 이사 중 11명의 이사를 최윤범 회장 측 인사로 구성하면서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영풍은 이러한 결과에 불복하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다시금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양측 모두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