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조원 마스가 프로젝트 잔칫상에 재 뿌리는 HD현대 노조
HD현대중공업 전면 파업으로 한미 조선협력 신뢰도 ‘빨간불’ ‘노란봉투법’ 기댄 강경 투쟁, 한미 전략협력에 직격탄 국가 전략사업마저 임금협상 카드로 삼은 무책임 논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는 중대한 시점에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방산 협력 사업으로 평가받는 이 프로젝트가 출범 단계부터 국내 노사 갈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국제 신뢰도와 국가 전략사업의 추진 동력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 내부에서는 충격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세계적 규모의 신규 발주와 기술 협력이 걸린 기회를 노사 갈등으로 잃게 된다면 한국 조선업 전체가 신뢰 위기를 맞게 된다”며 “국내 문제로 국제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마스가 프로젝트의 주요 파트너 중 하나라는 점에서 파업 장기화 시 사업 일정과 투자의 연쇄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HD현대 노조 파업, 마스가 프로젝트도 멈추나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1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백호선 노조지부장이 40m 높이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며 “마스가 프로젝트로 세계적 조선소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조합원 예우는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11차례 부분 파업에 이은 첫 전면 파업이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이 기술과 자본을 투입하는 대규모 협력 사업이다. HD현대는 서버러스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미국 내 조선소 인수와 현대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파업 장기화시 11월 예정된 미 해군 함정 인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선업계는 마스가 프로젝트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이 기술력과 납기준수 등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인 만큼 파업으로 인한 납기지연은 곧 수주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에는 다양한 국가 선주들이 상주하고 있어 반복되는 파업의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노사갈등이 계속되면 향후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 합병 문제까지 쟁점화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인 합병을 임금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반면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이미 조기 합의로 임단협을 마무리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국과의 방산 협력은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 만약 파업으로 한국 조선사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다면 마스가 프로젝트뿐 아니라 향후 한미 간 다른 협력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측에서 “한국 기업은 노사갈등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그 피해는 조선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외신들도 이번 사태를 신속히 보도하며 ‘한국의 산업 리스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제 전문 매체들은 한국이 미국과의 대형 협력 프로젝트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 일본과 유럽 경쟁국들이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외국 언론은 “한국 조선업의 세계적 입지에도 불구하고, 노사 갈등이라는 고질적 문제가 국가 전략사업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적 논조를 전했다.
노란봉투법에 기댄 노조, 파업 칼자루만 더 날카로워졌다
노조 파업 강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가 있다. 이 법으로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면서 파업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조선업계는 하청 비중이 높아 노란봉투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업종 중 하나다. HD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사만 2420곳에 달한다. 선박 한 척 건조에 2~3년 걸리는 조선업 특성상 중간에 협력업체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납기지연으로 큰 피해를 본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3년 전 하청노조 파업으로 47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로 인해 파업 억제 효과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조선업 호황기 과실을 더 크게 나눠달라며 기본급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수주 상황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해 격려금(일시금) 중심의 인상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노조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마스가 프로젝트 성과를 임금 인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 성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이를 임금 인상 명분으로 삼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마스가 프로젝트 볼모 삼은 노조··· K조선 신뢰 흔든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 한미 양국 간 전략적 협력 사업이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에 손을 내밀었고, 한국은 이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과 기술 협력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런 국가적 차원의 중요성은 외면한 채 단기적 이익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과 납기 지연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한국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조선업계의 한 경영진은 "노조가 마스가 프로젝트라는 국가적 사업을 개별 기업의 임금협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런 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른 주요 조선사들이 조기 합의를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글로벌 수주 경쟁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HD현대중공업만 갈등이 오히려 깊어지며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이번 파업은 개별 기업 임금협상을 빌미로 국가적 프로젝트를 볼모로 잡는 무책임한 행태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조선업 호황의 잔치상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것은 다름 아닌 노조 자신들의 과욕인 셈이다.
이에 정부는 즉각 상황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방부는 이번 사태가 한국 조선산업의 대미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특히 한미 양국 정상이 직접 교감하며 추진해온 협력 프로젝트가 조기부터 난항을 겪을 경우 외교적 부담과 경제적 손실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