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9월인데”… 차기 금투협회장 선거 열기 ‘후끈’

2025-09-11     김학형 기자
황성엽(왼쪽) 신영증권 대표와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가 금융투자협회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각 사

일부 전·현직 최고경영자(CEO)가 일찌감치 등판을 예고하면서, 금융투자협회 차기 회장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잠재 후보군도 점차 좁혀지는 가운데, 이번 선거는 업계 현안과 제도적 쟁점 등을 넘어 협회 위상까지 끌어올릴 인물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현직 CEO 출마 공식화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와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2명이 금투협회장 선거에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5일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는 “은행 중심의 금융 체제를 넘어, 투자은행 중심 구조 전환이 절실하다”라며 “대형사와 중소형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온 제가 지금 시점에 다양한 회원사의 목소리를 담고 조율할 적임자”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황 대표는 1987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38년간 한곳에서 일한 ‘정통 증권맨’이다. 그간 금투협회장은 주로 전직 금융투자회사 CEO가 맡아왔기 때문에, 현직 CEO인 그의 입후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달에는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며, 가장 먼저 깃발을 들었다. 이 전 대표는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이자 SK증권, 현대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거쳐 민·관을 아우르는 경험이 강점이다.

연임 도전도 가능… 평가 엇갈려

서유석 현 협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서 회장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대체거래소(ATS) 안착 등 업계의 오랜 현안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투자소득세 등에 관해 정부·당국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소통했고, 투자자 보호 및 금융교육 강화 등에 힘쓴 점도 긍정적인 성과로 꼽힌다.

반면,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정부·당국과 굵직한 현안에 관한 소통에서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다른 금융권 협회에 비해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크다. 그가 야심 차게 추진한 업계 공동 자산배분펀드 브랜드 ‘디딤펀드’는 퇴직연금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첫 여성 협회장, 60년생 그룹 등 후보군

잠재 후보군으로는 증권사 최초 여성 CEO를 지낸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는 첫 여성 협회장 탄생 여부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꼽힌다.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전 삼성증권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등 1960년대생 전직 CEO 그룹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김원규 LS증권 대표는 일찌감치 출마설을 일축했다.

새 집행부, 현안 산적

차기 회장과 집행부 앞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세제 개편과 증권거래세 인하, 퇴직연금 시장 개방에 따른 은행·보험사와의 경쟁, 자산관리(WM) 시장 주도권 확보,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증권사와 이해 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진출 부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자본시장의 제도적 쟁점으로 부상한 ‘차등의결권’은 차기 회장과 금투협에 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혁신기업 창업주 보호라는 명분과 자본시장 투명성 훼손, 소액주주 권리 침해 우려가 맞서며 업계 내에서도 의견도 분분해서다. 협회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업계 전체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만큼, 회장의 리더십이 직접적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협이 단순히 회원사 이해를 조정하는 역할을 넘어서, 업계 전체의 이익을 정책적으로 대변하는 구심점이 돼야 한다”며 “새 회장은 금융권 협회 중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불식시킬 만한 리더십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투협회장 선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투협은 오는 11월 중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