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재도전”··· 포스코의 해운업, 도박일까 돌파구일까

철강·이차전지·물류까지··· 포스코, 7조 베팅해 HMM 품나 고율 관세·탈탄소 압박 속 해운자산 확보 절실 연 3조 물류비 절감·배터리 해상운송 역량 확보 기대 HMM, 시너지 창출엔 물음표··· 업계·정치권 반발 변수 불가피

2025-09-05     신종모
포스코가 30년 만에 해운업 재진출에 나선다. 포스코홀딩스가 최근 HMM 지분 인수를 위해 삼일PwC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으로 대규모 자문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인공지능 생성

포스코가 30년 만에 해운업 재진출에 나선다. 포스코홀딩스가 최근 HMM 지분 인수를 위해 삼일PwC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으로 대규모 자문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약 7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이번 인수 검토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전기요금 급등과 탈탄소 전환 압박에 직면한 포스코의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1990년 거양해운 설립 후 1995년 한진해운에 매각하며 해운업에서 발을 뺀 지 30년 만의 귀환으로 국내 해운업계 판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HMM 인수에 주목하는 핵심 동력은 연간 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물류비용 절감이다. 유연탄, 철강재, 배터리 소재 원료 등을 수입하는 포스코는 국내 해운 물동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화주다. 현재 포스코플로우를 통한 물류 효율화에도 한계가 있어 자체 해운사 보유를 통한 물류 불확실성 해소가 절실한 상황이다.

포스코가 과거 비효율적 물류 관리로 ‘체선료’만 수백억원씩 지출했던 점을 고려하면, HMM을 통한 운송 안정성 확보의 전략적 가치는 상당하다. 글로벌 철강업계에서도 중국 바오스틸이 전용 부두를 확충하는 등 물류 수직계열화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어 포스코의 선택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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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이차전지 운송 절차, 포스코·HMM 협력으로 푼다

여기서 중요한 시너지 효과는 이차전지 소재와 해운의 결합이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배터리 양극재, 음극재 등은 UN3480 등급 위험물로 분류돼 특별한 안전 기준과 운송 기술이 필요하다. 지난 2022년 선박 화재 209건 중 상당수가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고였으며 이에 따라 보험료와 물류비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향후 급성장할 이차전지 소재의 안전한 해상 운송 역량을 자체 해운사로 확보한다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가능하다. 리튬이온 배터리 운송 시 요구되는 충전율 50% 이하 제한, 리퍼 컨테이너 사용, 실시간 모니터링 등 복잡한 절차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오는 2050년 해운업 넷제로 목표와 유럽연합(EU)의 해운업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적용은 친환경 연료 시장을 급성장시키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활용한 그린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연료 생산이 가능해 HMM을 통한 실증과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탄소중립 시대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HMM의 2만4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HMM상트페테르부르크’호. /사진=HMM

8조8000억 투자 겹친 포스코, HMM 인수 ‘재무 리스크’ 경고등

하지만 재무적 부담은 만만치 않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설비투자 계획 8조8000억원에 철강·이차전지 산업의 다운사이클, 포스코이앤씨 사고 관련 현금유출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인수가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KB증권 최용현 연구원은 "재무 리스크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부족,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가 주로 이용하는 벌크선과 달리 HMM 매출의 80% 이상이 컨테이너선에서 발생하는 점도 직접적 시너지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해운법 제24조 7항의 대량화물 화주 진출 제한 규정도 제도적 승인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HMM은 올해 상반기 매출 5조4774억원, 영업이익 8471억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3.8% 급감하는 ‘어닝 쇼크’를 겪었다. 미국 보호관세 정책으로 해상 운임이 크게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산업은행은 BIS 비율 관리 부담을 덜고 5조원 이상 자금 확보를 위해 매각에 적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철강 수요 회복의 전환점이다. 금리 인하 효과와 탄소중립 인프라 투자 본격화로 철강 수요가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상풍력, 수소 플랜트 등에 투입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안정적 운송을 위한 자체 해운 역량 확보는 수요 회복기와 맞물린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포스코의 HMM 인수는 규모의 경제와 물류비 절감이라는 명확한 논리를 갖고 있지만,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수요 미스매치, 막대한 재무 부담, 규제 리스크 등 고려할 변수도 적지 않다. 진정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는 HMM의 벌크선 사업 확대와 포스코 물류 수요 통합 운영 체계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단순한 지분 인수를 넘어 양사 사업 영역의 효과적 결합이 성공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해운인들만 해운사를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머스크처럼 선사가 터미널·물류망을 직접 소유하며 공룡화하고 있다. 우리만 해운업계 울타리를 치고 진입을 막는다면 HMM의 민영화 해법은 영영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HMM 같은 공공성이 큰 자산은 포스코처럼 책임 있는 대형 화주가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구 회장은 “HMM 같은 공공성이 큰 자산은 포스코 같은 대형 화주가 인수해 공공 지분을 두텁게 두고 운영하면 된다. 책임 있는 화주가 들어와야 부실화를 방지할 수 있다”며 “운임 공정성 같은 부분만 제도화한다면 국가 공급망 차원에서도 더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