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퇴직연금, 당장 이것부터 확인하라”
금감원, 45개 사업자 적발 사례 공개
퇴직연금 시장이 수익률 제고 등 근로자(수익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으나 일부 퇴직연금사업자가 적절히 관리하지 않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입자가 평소 관심을 기울여야만 노후 자금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은 총 45개 퇴직연금사업자(은행·증권사·보험사) 대상 검사에서 적발된 위법·차별 행위,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미이행 등 가입자에 대한 직간접적 권익 침해 사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일부 사업자는 예금 만기 때 불리한 조건으로 재가입을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정급여형(DB)을 도입한 회사는 대체로 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가입하고, 만기 때 다시 가입하는 ‘만기재예치’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영한다.
그런데 일부 사업자는 가입자에게 더 유리한 상품이 있는데도 선관주의를 다하지 않았다. 특히, A사의 만기재예치 방식 비율은 △근로자 50명 미만 기업(74.8%) △500인 미만(50.0%) △500인 이상(35.7%)로 영세한 기업에 불리하게 운용됐다.
또 확정기여형(DC) 가입자가 장기간 적립금을 운용하지 않는데도 퇴직연금사업자가 운용을 권유하거나 적합한 상품을 적극 제안하지 않는 사례도 발견됐다. 일부 사업자의 경우 DC 적립금 대부분을 대기성 자금으로만 운용한 비중이 약 30%를 차지했다.
B사는 DB 가입자 70%를 계열사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하기도 했다. B사 계열사 상품이 동일한 신용등급의 타사 상품보다 수익률이 낮은데도 계열사 상품을 반복 선택했고, 사용자(회사)에게 새로운 상품을 적극 제시·안내하지도 않았다.
기업 규모에 따른 상품 차별 관행도 발견됐다. 일부 퇴직연금사업자는 판매 물량이 제한된 고수익률 상품을 주로 대기업이나 주요 고객에게만 제시하고, 영세 기업 등에 알리지 않았다.
실제로 C사의 DB 원리금보장상품 운용수익률은 △300인 이상 사업장(3.80%) △300인 미만(3.50%) △50인 미만(3.30%) △30인 미만(2.80%) 등 회사 규모 순으로 낮아졌다.
DC 계좌에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옮기려는 가입자에게 ‘실물이전제도’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가입자가 운용 상품을 매도 후 다시 가입하게 해 불필요한 수수료를 부담하게 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 밖에 △회사의 DC 부담금 미납 사실을 근로자에게 미통보 △퇴직연금사업자가 근로자가 아닌 회사에 퇴직급여 지급 △연금 수령 금액·기간 변경 불허 등의 사례가 확인됐다.
이에 금감원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으로 △사용자의 DC 부담금 납입 확인 △‘실물이전’ 고려 △‘만기재예치’보다 적극적인 상품 비교·선택 △반드시 근로자가 수령 △퇴직한 날부터 ‘14일 이내’ 지급 확인 등을 꼽았다.
‘퇴직급여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용자가 부담금을 미납할 경우, 사용자는 미납 부담금에 지연보상금(14일까지 연 14%, 이후 연 20%)을 더해 지급해야 한다.
김용민 금감원 연금감독실 연금검사팀장은 “동일 퇴직연금사업자 내에서 계약을 이전하는 ‘자사 이전’의 경우 가입자의 상당수가 상품을 매도할 필요가 없음에도 대부분 ‘현금이전’을 선택했다”며 “대부분의 가입자가 ‘실물이전’ 가능 사실과 그 장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현금이전’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퇴직연금 가입자는 사용자를 통해서만 퇴직급여 지급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라며 “퇴직급여법 시행령은 가입자가 사용자를 거치지 않고 퇴직연금사업자에 퇴직급여를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명백히 규정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