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톺아보기] 발전 5사, "에너지믹스 전환 선봉장"

정부 '실용 에너지믹스'에 발맞춰 전환 꾀하는 K-에너지 발전 5사, 수소·풍력 등 투자 확대하며 정부 정책 뒷받침

2025-09-01     신익훈 전문기자
발전 5사(서부·중부·남동·남부·동서발전)가 이제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어젠다가 에너지 업계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과거 석탄화력으로 전력 공급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던 발전 5사(서부·중부·남동·남부·동서발전)가 이제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계획과 맞물려 각 사의 차별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SMR, 발전사는 수소·풍력…각자의 역할 분담

발전5사는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위), 한국중부발전(아래)

이재명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및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미래 에너지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이에 발맞춰 발전사들은 수소·암모니아 혼소 기술과 해상풍력 등 친환경 기술에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발전사들은 각자의 기술적 강점을 살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서부발전은 수소 발전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해 80MW급 가스터빈에서 수소 혼소율 60% 실증에 성공한 데 이어,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와 90MW급 수소 전소(全燒) 터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부발전의 수소 전소 기술이 상용화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부발전은 보령 단지를 중심으로 한 수소·암모니아 혼소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의 융복합 실증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 구축과 함께 몽골·베트남 등 해외 신재생 프로젝트도 동시 추진하며 글로벌 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의 절대강자는 남동발전이다. 완도금일(600MW) 사업 외에도 인천·신안 일대 총 2.5GW 규모 프로젝트의 발전사업 허가를 확보했다. 2036년까지 4GW 신규 설치라는 야심찬 목표 아래 국내 해상풍력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할 계획이다.

발전5사는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위), 한국동서발전(아래)

남부발전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중앙계약시장에서 240MW 규모 ESS 사업권을 따내며 국내 최대 물량을 확보했다. 2026년 상업운전 개시와 함께 LNG 복합발전의 수소·암모니아 혼소 기술 적용을 통해 2035년까지 온실가스 55% 감축 목표 달성에 나설 예정이다.

동서발전은 유연한 분산자원을 제어하는 가상발전소(VPP) 사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AI 기반 전력중개 플랫폼 ‘E-Max’는 최근 국가서비스대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현재 약 754MW 규모 자원을 통합 제어하고 있다. 동서발전은 이를 2025년까지 1GW 규모로 확대해, 재생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전력 거래 모델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5사의 치열한 경쟁 구도 이면에는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수소·암모니아 무탄소 연료 전환이라는 공통 과제 아래 각자의 기술적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ESS의 연계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남동발전의 해상풍력과 남부발전의 ESS 기술, 동서발전의 VPP 솔루션이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과거 개별 발전원 중심의 경쟁에서 통합 에너지 솔루션 제공 능력을 겨루는 협력적 경쟁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동 에너지 신작로(고속도로) 2040’ 비전. /한국남동발전

재정 건전성 확보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발전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재정 건전성이다. 2024년 기준 발전 5사의 총 부채는 약 40조 원에 달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RPS) 제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연료비 하락과 정산 구조 개선으로 2024년 당기순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실적 회복세를 보이며, 신사업 투자 여력 확대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발전사들은 부채 관리와 동시에 친환경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안정적인 실행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기술과 인프라의 동반 성장

에너지 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전력망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다. 발전 5사가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할 전력망이 부족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전력망 확충을 위한 투자 계획을 세우고, 발전사들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반발은 '주민 참여형 모델'을 통해 해결해나가며,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실용적 에너지믹스'는 정부와 발전사들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해 상호 보완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 확보, 전력망 확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지만, 정부와 발전사들의 협력은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