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HD현대미포 합병... '마스가' 실현 위해 전격 재편

27일 이사회서 합병안건 의결, 올해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 함정 능력 1위 HD현대미포 통합, 마스가 적극 대응

2025-08-27     신종모
HD현대중공업(위)·HD현대미포(아래) 야드 전경./사진=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이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전격적인 사업재편에 나섰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는 각각 이사회를 개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양사 간 합병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단순한 내부 통합을 넘어 미중 조선업 패권 경쟁 속에서 K조선의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병은 세계 최대 조선소끼리의 역사적 결합이라는 점에서 기존 경쟁국들의 합병과는 차별화된다. HD현대중공업은 단일 조선소 기준 수주량 세계 1위, HD현대미포는 함정 건설에 적합한 중형선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다. 합병 완료 후 12월 출범하는 통합 HD현대중공업은 양적·질적 효율 극대화로 미 해군력 증강을 중심으로 한 마스가(MASGA :미국조선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중국과 일본도 최근 자국 내 1, 2위 대형 조선사 간 합병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4년 신조선 수주에서 69%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했고, 일본은 이마바리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합병을 통해 세계 4위 조선사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조선업계의 '합병 러시' 속에서 HD현대의 이번 결정은 기술력과 규모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MASGA와 방산 시장, ‘10조원 매출’ 로드맵

합병의 핵심 목적은 방산 사업 경쟁력 대폭 향상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보유한 조선사로 우수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했고, HD현대미포는 함정 건조에 적합한 사이즈의 도크와 설비, 우수한 인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역량 결합으로 급증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기회를 신속하게 포착한다는 전략이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MASGA 프로젝트의 본격 가동과 전 세계 각국의 해군력 강화 움직임으로 K-방산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Janes)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글로벌 함정 신규 계약 시장 규모는 총 2100여 척, 약 3600억달러(약 50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방산 분야에서 2035년까지 연 매출 10조원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한국 방산 수출은 이미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110억달러로 39% 급성장하며 일본을 추월했고, 2025년에는 230억달러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국내 주요 방산 5개사의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9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57.6% 증가했다.

특수목적선과 해외사업 확장 전략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북극권 개발로 수요가 커지는 쇄빙선 등 특수목적선 시장에서도 양사의 다양한 실적을 통합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방침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글로벌 쇄빙선 시장은 2024년 286억달러에서 2032년 398억달러로 연평균 4.24% 성장할 전망이며, 특히 북극 쇄빙선 시장은 연평균 6.5%의 더 가파른 성장률이 예상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통합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조선 부문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투자법인을 싱가포르에 설립한다. 12월 설립 예정인 이 법인은 HD현대베트남조선, HD현대중공업필리핀, HD현대비나(가칭) 등 해외 생산거점을 관리하면서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 등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해외 야드를 활용해 벌크선과 탱커 등 중국 조선사들에 밀린 일반 상선 시장에서 점유율 회복과 동시에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의사결정 프로세스 효율화를 목적으로 한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친환경 신기술 통한 기술 초격차 확보 

합병을 통해 친환경 신기술 선점을 통한 기술 초격차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양사의 연구개발(R&D) 및 설계 역량을 결집해 중형선에서 대형선으로 신기술 적용을 확장함으로써, 기술개발 리스크는 낮추고 시간과 비용은 줄여 친환경 규제에 따른 변화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조선 시장은 2025년 약 155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첨단 기술로 30% 점유율을 탈환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암모니아 및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으로 사업 구성을 넓히고, 인공지능(AI) 기반 선박 지능화,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적용 설계 등 미래 기술 투자를 확대해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나갈 방침이다.

기업 통합 넘어 글로벌 조선업 패권 재편 신호탄

HD현대의 이번 합병은 단순한 기업 통합을 넘어 글로벌 조선업 패권 재편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특히 MASGA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른 시점에서의 전략적 재편은 한국 조선업이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선박을 사랑한다”며 “한국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적극 기여해달라”고 요청한 만큼, 이번 합병을 통한 역량 강화는 한미 조선업 동맹의 구체화라는 의미도 갖는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사업재편은 '더 넓은 시장‘, ’더 강한 조선‘을 목표로 전략적으로 고민한 결과”라며 “통합 법인 출범으로 시장 확대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이뤄내 미래 조선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비율은 HD현대미포 보통주 1주당 HD현대중공업 보통주 0.4059146주가 배정되며, 양사는 임시 주주총회 및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올해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