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 시장 '캐즘' 뚫고 반등 …기아 EV3 견인차 역할
EU 119만대 판매 25%↑··· EV3, 3만 9000대 팔아 상위권 올라 현대차그룹 유럽에 EV4투입, EV2 내년 생산, "시장 휘어 잡는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성장 둔화 현상인 '캐즘(Chasm)'의 청신호가 들어오며 본격적인 회복세로 전환했다. 특히 기아자동차의 유럽 맞춤형 전기차 모델 EV3가 급성장을 견인하며 시장 지형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6일 유럽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 전기차(BEV) 판매량은 119만339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완성차 판매가 0.3%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아 EV3, 소형 SUV 시장서 "눈부신 성장"
유럽의 전기차 판매의 극적 반전은 기아의 EV3가 주도했다. 기아 EV3는 상반기 3만5000여대를 판매하며 EU 전기차 시장 6위에 올랐다. 상위권을 점유한 테슬라 모델Y, 폭스바겐 ID.4, 테슬라 모델3, 폭스바겐 ID.7 등이 모두 중형 이상 차급인 점을 감안하면 소형 SUV 부문에서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셈이다.
EV3의 성공 요인은 성능과 가격 경쟁력에 있다. 3만 유로 초중반대 가격에 최대출력 150kW, 1회 충전 주행거리 347~501km 성능을 제공해 '가성비' 측면에서 유럽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7월까지 유럽 판매량 3만9334대는 국내 판매량(1만4724대)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전기차 시장 판도 변화 가속
유럽 전기차 시장은 2020년 약 70만대에서 2021년 120만대(70% 증가), 2022년 150만대, 2023년 190만대를 거쳐 2024년 210만대까지 성장했으나, 성장률 둔화로 캐즘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폭스바겐 ID.4(38% 증가), ID.7(573% 증가), ID.3(29% 증가)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테슬라 모델3는 33% 감소하며 '테슬라 독주' 시대의 종료를 알리고 있다.
EU가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 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유럽 브랜드와 한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유럽 현지 생산 본격화
현대자동차그룹은 유럽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아는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지난 20일부터 EV4 해치백 모델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이 유럽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전용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는 지난해 1억800만 유로(약 1760억원)를 투자해 기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는 혼류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마크 헤드리히 기아 유럽권역본부장은 "EV4 생산 시작은 기아의 유럽 사업 기술 역량과 생산 유연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30%가 3만~3만5000유로 가격대인 만큼 내년 출시 예정인 EV2를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EV3보다 저렴한 EV2로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최근 언론에 · 밝혔다.
현대차도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서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2를 생산하는 전기차 혼류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25% 관세 부담이 있는 미국 시장보다 친환경차 수요가 풍부하고 탈탄소 정책이 지속되는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약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