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K조선 기술, 미국 재건 핵심 축 될 것”
美 한화필리조선소 방문··· ‘마스가 기적’ 현실화 선언 한화그룹, 대미 투자 선도하는 조선업 협력 모델 필리조선소 50억달러 투자로 한미 동맹 새 전기 마련 美 조선업 르네상스 가시화··· K조선 균열 우려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맞물려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이 한미 조선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한화그룹이 양국 조선업 협력의 주도적 역할을 굳건히 확인하는 무대였다. 한국과 미국의 핵심 인사들이 한화의 현장을 함께 찾은 것은 조선 분야 협력이 단순한 민간 차원을 넘어 양국 전략 동맹의 산업적 성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화그룹이 미국 내 조선업 투자와 선박 건조를 본격화하며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선 ‘동맹형 산업 프로젝트’를 띄운 것이다. 이번 행보는 반도체·배터리 공급망을 매개로 한미 동맹을 재정의했던 지난 5년의 산업협력 모델이 이제 조선·해운·에너지 수송 분야로 확대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50억달러 투자로 생산능력 20배 확대
한화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은 규모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한화필리조선소에 투입될 50억달러(약 7조원)는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건조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하는 데 쓰인다. 도크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로 확보하고, 12만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다.
특히 투자 재원으로 한미 관세 협상 결과 조성된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산업 협력 투자펀드가 활용된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정부 간 경제협력의 민간 부문 실행 모델로서 의미가 크다. 정책금융기관 주도의 보증·대출 방식으로 마련된 이 펀드는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에 든든한 뒷받침이 될 전망이다.
‘마스가’ 프로젝트 핵심 축으로 부상
한화그룹은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중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국 조선산업의 새로운 장을 함께할 든든한 파트너”라며 “미국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화해운이 같은 날 한화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 10척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발주하면서 마스가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는 미국산 에너지 수출 시 미국 선박 사용을 의무화하는 존스법 개정 움직임에 대응하는 전략적 포석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의 이번 투자는 여러 측면에서 한국 기업의 대미 진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정부 간 협력 프레임워크 내에서 민간 기업이 실질적 투자를 주도하는 ‘정책-민간 연계형’ 투자 모델이다. 1500억달러 조선업 펀드라는 정책적 뒷받침 하에 한화그룹이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기는 방식이다.
단순한 제조업 진출을 넘어 해운업까지 수직계열화한 통합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했다.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을 한화해운이 운용하는 구조로, 조선-해운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 내 고용창출과 기술이전을 통한 '상생형' 투자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세계 최고 수준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야드 기술을 미국에 이전하면서도 현지 고용창출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는 미국 조선산업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재건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며 “양국의 리더십에 감사드리며 조선 역량 확장과 인재 양성 투자를 통해 미국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지평 열리길”
이 대통령이 한화필리조선소 방명록에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인 한화필리조선소에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남겼다. 이는 전통적인 안보 동맹을 경제 협력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동맹 모델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 조선업 재건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한 상황에서 한국의 조선업 기술력과 미국의 시장이 결합하는 구조는 양국 모두에게 윈윈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대미 투자는 정부 간 합의가 민간 투자로 구현되고, 이것이 다시 양국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향후 다른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도 중요한 참고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美 조선업 재건··· 조선 빅3사, 경쟁·균열 불가피
미국은 지난 1980년대 이후 자체 조선업 기반이 사실상 붕괴돼 군수·특수선 위주로만 유지돼 왔다. 이 공백을 채우는 것이 바로 한국의 기술이다.
블록 생산, 자동화 조립, 스마트 단지 운영 등 한국식 조선 모델이 미국 땅에 그대로 이식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미국 조선업 르네상스는 곧 ‘한국 기술 르네상스’와 동의어가 되고 있다. ‘기술 수권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미국 산업 재건의 필수 전제라는 점에서 전략적 무게감은 더 커진다.
정책적 요인도 주목된다. 미국은 존스법(Jones Act)을 앞세워 자국 선박 이용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원유 등 에너지 수송 네트워크 강화 차원에서 움직이는 정책이다. 한화가 미국 내에서 직접 선박을 건조하는 방식은 존스법 장벽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선제적 해법이다.
그렇다고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화의 선제 진출은 HD현대, 삼성중공업 등 다른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시장 진입 시기를 늦추거나, 한화 주도 공급망 구조에 종속시키는 구도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 구도에 새로운 균열로 작용할 수 있다.
여가에 미국식 노동시장의 높은 비용, 강성 노조 문제, 기술 이전 등을 둘러싼 양국의 이해 충돌은 잠재 리스크다. 공급망 협력 프레임이 유지되는 한 기회지만 동맹이 균열될 경우 이 구조 전체가 투자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한화의 행보는 결국 한미 공급망 협력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1단계가 반도체·배터리라면 이제는 조선·해운·에너지라는 더 거대한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라며 “향후 한국 조선업계와 중후장대 산업 전반의 글로벌 진로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