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도 인뱅도, 외화통장 공략 가속… “조달비↓수수료↑”
4대 은행 외화예수금, 일제히 증가
최근 달러 강세와 미국 주식 투자 바람에 힘입어 국내 은행권이 외화통장을 중심으로 고객 유치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고객의 외화를 예치해 외화 조달 비용을 낮추고, 환전·송금 등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외화예수금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일제히 증가했다. 외화예수금은 고객이 외국통화로 은행 등에 예치한 자금을 말한다.
상반기 외화예수금 잔액은 신한은행이 26조9268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전년 대비 약 7.4%)했고, △우리은행 35조1317억원(7.3%) △하나은행 43조4966억원(6.0%) △KB국민은행 26조4351억원(2.2%) 등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외화예수금이 늘어난 배경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에 따른 달러(USD) 강세와 해외 주식·상장지수펀드(ETF)·채권 등 증권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 유입 증가가 자리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2024년 국제투자대조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 잔액은 전년 대비 1217억달러(약 165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미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가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은행들은 외화통장이나 외화 연계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증권은 지난 5월 ‘하나 해외주식 전용 통장(외화보통예금)’을 출시했다. 환전·이체하지 않아도 이 통장 잔액으로 바로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하나증권 신규 고객이면 미국 주식 매매수수료가 6개월간 면제이고, 미성년자도 비대면 가입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오는 10월까지 ‘신한 밸류업(Value-up) 글로벌주식 외화예금’에서 달러 입출금 시 100% 환율 우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기존·신규 고객 모두 해당한다.
KB국민은행은 최근 키움증권과 협업으로 ‘외화현찰지급서비스’를 도입했다. 키움증권에 보유한 외화를 국민은행 영업점(인천공항 지점·환전소 제외)에서 편리하게 수령할 수 있다. 내달 12일까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아이스크림 쿠폰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체크카드’에 처음 가입하는 고객에게 금 1돈(약 3.75g)과 10달러 등의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지난달까지 진행했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토스뱅크는 ‘이자 달러로 모으기’ 서비스 신청 시 원화 예금의 이자를 달러로 자동 환전·적립해 준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6월 출시한 ‘달러박스’ 서비스가 최근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달러박스'는 환전부터 결제까지 달러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모바일 외환 서비스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화예수금이 증가하면 은행은 안정적인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며 “환전·이체 수수료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게다가 고객 기반까지 넓힐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 환율이 내릴(원화 강세)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과 12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달러 가치가 내려가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광혁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환율이 1370원에서 연말 1330원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추세적으로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