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세계 최초 ’321단 QLC 낸드‘ 양산··· “AI 데이터센터 정조준”
기존 대비 용량 2배↑, 전송속도 100%↑ 내년 상반기 본격 출시···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 가속화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300단의 벽을 넘어선 321단 QLC(Quadruple Level Cell)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하며, 급성장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25일 현존 최고 집적도를 자랑하는 321단 2테라비트(Tb) QLC 낸드플래시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업계 최초로 300단을 돌파한 QLC 제품으로, 메모리 반도체 기술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QLC는 하나의 메모리 셀에 4개 비트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대용량 저장장치에 적합하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제품을 기존 대비 2배 용량인 2Tb로 개발해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대용량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성능 저하 문제를 독창적인 기술력으로 해결했다는 점이다. 회사는 독립 동작 단위인 '플레인(Plane)'을 기존 4개에서 6개로 50% 확대해 병렬 처리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그 결과 데이터 전송속도는 100% 개선됐고, 쓰기 성능은 최대 56%, 읽기 성능은 18%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 데이터 쓰기 전력 효율도 23% 이상 증가해 저전력이 핵심인 AI 데이터센터 환경에 최적화됐다.
SK하이닉스는 체계적인 시장 진출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우선 PC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321단 낸드를 적용한 후,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eSSD)와 스마트폰용 UFS(Universal Flash Storage) 제품으로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낸드 32개를 한번에 적층하는 독자 패키지 기술(32DP)을 활용해 기존 대비 2배 높은 집적도를 달성, AI 서버용 초고용량 eSSD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현재 글로벌 고객사 인증 과정을 마무리 중인 이 제품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정우표 SK하이닉스 부사장(NAND개발 담당)은 “이번 제품 양산으로 고용량 제품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됐다”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수요와 데이터센터 시장의 고성능 요구에 발맞춰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 더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서비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고용량·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이번 기술 혁신이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 구도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기술 우위 확보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