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미국 총 출동…배터리· 반도체·전기차 미래 성장 돌파구 찾는다

한미정상회담 사절단 기업 총수들 대거 출국 반도체·배터리에서 새 기회 창출 주목

2025-08-24     신경훈 편집인
한국 기업 총수들이 대거 방미에 나섰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서 경쟁력 확보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계획이다./그린포스트코리아 그래픽, 인공지능 생성이미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동행, 미국 진출 확대에 나선다.

24일 출국길에 오른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외교행사 참석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실질적 협상테이블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증설 카드 나오나

이재용 회장의 이번 방미는 특히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사업 확장과 직결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3조6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총 대미 투자 규모를 370억 달러(51조원)로 확대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테일러 공장의 추가 증설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애플과도 차세대 칩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미국 내 생산능력 확충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SDI 역시 배터리 분야에서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인디애나주를 거점으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SDI는 2027년까지 스텔란티스 합작 2공장과 GM 합작공장을 추가로 가동할 계획이다. 급성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대응을 위한 현지 생산라인 확보도 검토 중이다.

SK그룹, HBM 생산기지 구축으로 AI 반도체 패권 경쟁 가세

"열심히 할게요"라며 각오를 다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방미에도 전략적 포석이 숨어있다.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38억7천만달러(약 5조원)를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한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다.

엔비디아의 대중국 H20 인공지능(AI) 칩 수출 재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미국 HBM 생산기지 구축은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 역시 미국 배터리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SK배터리아메리카(SKBA) 2곳을 운영 중인 SK온은 최근 포드와 합작공장인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1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2026년까지 총 3곳의 추가 공장 상업가동을 목표로 건설을 진행 중이다.

LG그룹, 북미 배터리 허브 완성 단계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동행 역시 배터리 사업 중심의 미국 진출 가속화와 맞닿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미시간 홀랜드와 오하이오, 테네시에 북미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미시간주 랜싱과 애리조나에 단독 공장을 건설 중이다.

특히 조지아 현대차 합작공장과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 건설을 통해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 구축을 완료해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계 중 유일하게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하며 시장 선도권 확보에도 나섰다.

생존을 위한 '현지화' 전략의 결정적 순간

이번 재계 총수들의 방미사절단 동행은 단순한 투자 확대 발표를 넘어 한국 기업들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과 중국 견제 강화 기조 속에서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분야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무역분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특히 AI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구축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 내 공급망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이는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생존전략으로 평가된다.

향후 이들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가 한국 본사의 연구개발 역량과 어떻게 연계될지, 그리고 미국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와 보조금 정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가 '코리아 인크'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