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 발목 잡힌 대미 수출… 정상회담서 교두보 마련 필요
7월 수출 역대 최대, 대미 수출은 부진… 자동차·철강 품목관세 직격탄 한미정상회담, 자동차 관세 인하 등 논의 必… 경제사절단 역할도 중요
한국의 대미 수출이 품목별 관세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실제 대미 수출 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사황이다. 이에 재계는 오는 2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대미 수출 회복을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위태로운 대미 수출, 품목별 관세 여파 ‘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9% 늘어난 608억2000만달러로 역대 7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전기기기,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주요 품목이 고르게 선전한 덕분이다. 특히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반도체 수출이 급증했고, 자동차도 유럽·CIS·중남미에서 견조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대미 수출만 놓고 보면 사정이 다르다. 대미 수출의 경우 4월부터 6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7월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모습을 보였지만 그 역시 1.4% 증가에 그쳤다. 산업부는 “자동차, 철강, 일반기계 등 전통적 주력 품목이 대미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자동차의 경우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대미 수출은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철강은 더 심각하다. 7월 철강 대미 수출액은 2억8341만달러로 전년 대비 25.9% 줄었다.
두 수출 품목의 대미 수출 부진은 관세 여파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미국 정부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7월 30일 한미관세협상으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췄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지 않아 25% 관세를 부과 받고 있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지난 6월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가 대미 수출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계속되는 미국의 관세 위협… 이번 정상회담이 분수령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관세 적용 제품 품목 407개로 확대하면서 충격을 키웠다. 해당 품목의 제품은 철강 함유량 기준으로도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철강 사용이 불가피한 일반 기계, 전자제품 등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른 8월 대미 수출도 비상이 걸렸다. 관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20일까지 전체 수출은 7.6% 증가했지만, 대미 수출은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으로 품목별 관세를 확대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한국 수출의 ‘마지노선’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취약 업종에 대한 금융 지원, 글로벌 통상 전략 보완 등 후속 대책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타결된 한미관세협정의 세부 이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자동차업계에서는 “자동차 관세 인하가 늦어도 9월 말부터는 적용돼야 한다”며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오는 25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전망다. 이재명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 인하 시점과 후속 지원책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번 정상회담에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주요 기업 대표 약 15명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이들은 대미 투자를 비롯해 미국 내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수출 확대와 관세 대응 전략을 모색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과 자국 우선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도 한국의 정부와 기업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는 만큼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움직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