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 比 폐광 환경 복구 성공··· ESG로 해외 사업 "퀀텀 점프" 발판

라푸라푸 구리 광산 환경복구 완료··· 필리핀 정부로부터 인증서 수취 30년 만에 첫 공식 인증··· 환경·지역사회·자원안보 3박자 성과 필리핀 정부 신뢰 확보, IRA·EU 규제 강화 수혜 전망

2025-08-22     신종모
LX인터내셔널은 필리핀 라푸라푸 구리 광산의 환경복구 작업을 완료하고 현지 정부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았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기업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개발의 모범 사례입니다.”

마이클 카발다 청장이 지난 20일 필리핀 마닐라 지질광업청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LX인터내셔널에 건넨 말이다. 

LX인터내셔널은 필리핀 라푸라푸 구리 광산의 환경복구 작업을 완료하고 현지 정부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LX인터내셔널은 필리핀 라푸라푸 구리 광산의 환경복구 작업 완료에 대한 '최종 이양 증명서'를 받으며 역사적 순간을 맞았다.

이는 필리핀 정부가 1995년 광업법 개정으로 환경복구를 의무화한 이래 30년 만에 나온 첫 번째 공식 인증이자, 한국 기업이 해외 광산 환경복구에 대해 현지 정부 승인을 받은 최초 사례다. 단순한 환경보전 차원을 넘어 글로벌 자원안보 경쟁에서 선제적 포지셔닝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LX인터내셔널은 2008년 광산을 인수해 10년간 구리와 아연을 생산한 뒤 2018년부터 본격적인 환경복구에 나섰다. 토양·수질 복원과 생태계 회복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 생활 인프라 개선, 초등학교 건설, 장학기금 조성 등 지역사회와의 상생 모델까지 구축했다는 평가다.

LX인터내셔널은 필리핀 라푸라푸 구리 광산의 환경복구 작업을 완료하고 현지 정부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았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자원 민족주의 확산 속 '신뢰 자산' 확보

현재 글로벌 자원 시장은 급격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 금지로 세계 니켈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고, 필리핀 역시 노천 채굴 규제를 완화했다가 다시 강화를 검토하는 등 자원 민족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LX인터내셔널의 환경복구 인증은 단순한 환경보전을 넘어 현지 정부와의 신뢰 관계라는 핵심 자산을 확보했다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카발다 청장의 발언이다. 그는 “앞으로도 LX인터내셔널의 자원 사업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공식 약속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향후 광물 확보 경쟁에서의 우선권 확보를 의미한다. 필리핀은 니켈(세계 6위), 코발트(세계 5위) 매장량을 보유한 핵심광물 부존국가다. 최근 광업 허가 승인 기간을 18개월에서 6개월로 대폭 단축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필리핀이 인도네시아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해 ‘제2의 인도네시아’로 부상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이 올해 마닐라 지사를 신설한 것도 이러한 잠재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환경복구 실적을 바탕으로 한 정부 신뢰도는 향후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경쟁과 ESG 프리미엄 동시 수혜 구조

현재 글로벌 핵심광물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용 핵심광물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2040년까지 리튬 15배, 니켈 12배, 코발트 4배 증가가 예상된다. 공급망 안정성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된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중국 의존도 탈피를 위해 책임감 있는 자원개발 이력을 가진 기업들에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핵심원자재법을 통해 오는 2030년부터 배터리 내 코발트·리튬·니켈의 재자원화 원료 사용을 의무화했다. 이는 LX인터내셔널과 같이 환경복구 실적을 보유한 기업들에 절대적 유리한 구조다.

더 주목할 점은 환경복구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데이터의 잠재 가치다. 토양·수질·생태계 복원 데이터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과 결합하여 예측 모델링을 통한 환경 리스크 사전 관리, 복구 비용 최적화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이는 향후 사회·환경·지배구조(ESG) 컨설팅 사업이나 도시광산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무형 자산이기도 하다.

글로벌 ESG 평가에서 환경 부문의 중요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원개발 기업의 환경복구 실적은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파트너십 구축에서 결정적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복구 공사 전후 모습./사진=LX인터내셔널

저평가 해소·신사업 모델 확장 기대

투자 관점에서 LX인터내셔널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상당한 매력을 보여준다. PER 5.78배, PBR 0.39배로 심각하게 저평가된 상태다. 이번 환경복구 인증으로 촉발될 ESG 프리미엄과 자원 확보 기대감이 반영되면 목표주가 4만2000-4만8000원 달성이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구체적인 성장 동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AKP 니켈 광산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추가 니켈 자산 인수가 추진 중이고, 필리핀 내 구리 자산 투자 검토를 통해 자원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LX인터내셔널 측은 “니켈 자산 추가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확장 의지를 내비쳤다.

중장기적으로는 단순한 자원 트레이딩 회사에서 지속가능한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포지셔닝이 변화하면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EU 배터리 규정에 따라 2030년부터 의무화되는 재자원화 원료 사용 요구사항은 폐광산의 재자원화 사업이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업계 전문가는 “환경복구 기술을 바탕으로 한 ESG 컨설팅 사업, 탄소크레딧 사업, 순환경제 플랫폼 구축 등은 기존 자원개발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리스크 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필리핀 정책 변화 가능성과 니켈 수출 제한 검토, 환경 규제 추가 강화 등이 단기적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