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보수 순위… 기업별 성장·위기 그대로 드러나
박정원 두산 회장, RSU에 연봉 1위… 희비가 차이 드러나는 한화와 롯데 4대 그룹 총수, 순위 낮지만 현재 산업 흐름 반영
국내 주요 그룹들이 반기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총수들의 보수가 공개됐다. 이들의 보수는 단순한 연봉 순위 비교를 넘어 기업별 성과와 경영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재계 순위가 다가 아니다… RUS, 합병, 기업 성과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총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었다. 두산은 재계 순위 18위에 머물지만 박 회장은 163억원을 수령하며 연봉 1위에 올랐다. 급여 17억5000만원, 단기 성과급 56억3000만원, 그리고 89억3000만원 규모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가 합산된 금액이다.
특히 RSU가 순위 상승의 핵심 요인이다. 두산은 3년 전부터 임원 전체에 RSU 제도를 도입했으며, 박 회장의 경우 지급 시점 주가가 부여 시점 대비 4.3배 오르며 평가액이 급증했다. 사실상 장기 성과가 주식 가치 상승으로 반영된 셈이다.
이와 함께 두산그룹은 "단기성과급은 집행임원 인사관리규정에 의해 재무성과과제 및 전략성과과제 등의 계량적 지표(MBO)와 성장성, 시장상황, 포트폴리오 개선 등 비계량적 지표에 대한 평가결과에 따라 기준 연봉의 0~175% 내에서 지급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의 시장점유율 확대 및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개선된 점 등을 고려해 박 회장에게 단기성과급 총 56억3000만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2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24억2100만원)이다.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5개 계열사에서 받은 보수를 합친 금액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방산과 에너지 등 주요 사업 호조가 성과급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3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7개 계열사에서 98억81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17억8900만원)보다 16.2% 줄며 순위가 밀렸다. 일부 유통·화학 계열사 실적 부진 탓에 성과급이 줄어든 영향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92억2400만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 합병 성과와 항공산업 회복세가 반영되며 보수가 전년 대비 43% 늘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92억900만원을 받아 5위에 올랐다. 지난해 급여만 받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장기 상여금까지 더해져 보수가 52억원 이상 증가했다. 콘텐츠·식품 등 CJ의 성장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뒤이어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58억원), 구자은 LS그룹 회장(53억2000만원)이 나란히 6·7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력 수요 확대에 따라 그룹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총수 보수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4대 그룹 총수들, 순위는 낮아도 의미는 달라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의 순위는 8위부터 등장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7억5000만원으로 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30억원) 대비 늘어난 수다. 특히 SK하이닉스에서 받은 보수가 12억5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HBM을 기반으로한 반도체 사업 호황 효과를 증명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47억1000만원으로 9위를 기록했다. 급여 23억8000만원과 상여 23억3000만원을 받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11억원 줄었다. 그룹 내 일부 계열사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45억원으로 10위에 올랐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에서 보수를 받았으며, 전년 동기(22억8000만원)대비 약 두 배 증가했다. 미국발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지화 전략과 재고 준비, 전기차 판매 호조로 선방한 실적이 반영됐다.
재계 1위 삼성의 이재용 회장은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7년부터 보수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해만 개인 주식 배당금으로 3465억원을 수령해 개인 배당 1위를 지켰다.
이처럼 반기 보고서에서 드러난 총수 연봉은 단순한 ‘돈의 크기’가 아니라 각 기업의 현황과 전략을 반영한다. RSU 확대, 성과급 차등, 그룹별 주력 사업 성과가 보수에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재계 4대 그룹 총수들의 보수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는 보수정책보다는 각 그룹의 장기적 전략과 이해관계 조정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공시가 이뤄질 때마다 일각에서는 총수들의 연봉을 단순히 그 숫자를 비교하며 단발적인 이슈로 취급하기도 한다"면서 “재계 총수 연봉은 단순 순위가 아니라 기업의 체질 변화와 산업별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