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도 암호화폐에 투자”… 美, 제도화 검토 시작

트럼프, 이달 초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

2025-08-21     김학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401(k) 등 퇴직연금 계좌에서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 대체 자산 투자를 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미국 퇴직연금 제도의 투자 자산 범위가 가상자산(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르면 6개월 안에 가이드라인과 안전장치가 마련될 예정이다.

21일 미 백악관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401(k) 등 퇴직연금 계좌에서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 대체 자산 투자를 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로 퇴직연금의 투자 옵션 검토 대상에 디지털 자산이 처음 올랐으며, 향후 6개월 내 가이드라인과 안전장치가 마련될 예정이다.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여부가 관건으로, 제도화는 빨라도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그간 미국 퇴직연금 시장은 주식·채권·상장지수펀드(ETF) 등 전통적 자산군 위주로 운용됐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암호화폐와 같은 고위험 자산은 투자 불가 영역으로 간주됐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비트코인 ETF 상장,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 등 디지털 자산이 글로벌 제도권 자산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퇴직연금 제도 역시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이 당장 제도 변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미국 노동부와 재무부 등 관계 당국은 향후 6개월 안에 관련 지침(가이드라인)과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어서 빨라도 내년 초 이후에나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약 8조달러(약 1경원)에 달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여기에 디지털 자산이 편입될 경우, 자금 유입 규모와 제도적 신뢰도 측면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내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퇴직연금이 투자할 수 있는 자산군에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다는 것은 제도권 금융이 디지털 자산을 인정한다는 또 하나의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상 최초로 디지털 자산이 퇴직연금 투자 옵션의 공식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글로벌 연기금·퇴직연금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히 크고, 최근 몇 년 사이 거래소 해킹, 투자자 피해 사례도 빈번했다. 특히 퇴직연금은 가입자의 노후 생활과 직결되는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만큼, 고위험 자산 편입이 오히려 장기적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정치·경제적 배경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퇴직연금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투자 옵션을 검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국으로 관련 논의가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