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베트남 두산비나 품고 친환경 조선 패권 노린다

HD한국조선해양, 두산비나 2900억원 인수 두산비나 인수로 독립형 탱크 생산 역량 대폭 확충 “친환경 기자재 생산 능력 확충··· 수익성 극대화”

2025-08-20     신종모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베트남 법인 ‘두산비나’를 2900억원에 인수한다./그린포스트코리아 그래픽,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베트남 법인 ‘두산비나’를 2900억원에 인수한다. 단순한 기업 매수를 넘어 글로벌 조선업계의 친환경 전환과 아시아 제조업 생태계 재편이라는 메가트렌드에 선제 대응한 전략적 배팅으로 풀이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일 공시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비나 지분 100%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며 “내년 상반기 인수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비나는 베트남 꽝응아이성 중꾸엇 산업공단에 있는 중공업 제조업체다. 지난 2006년 설립 이후 화력발전 보일러, 항만 크레인,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모듈 등을 생산해왔다. 직원 수는 약 1500명 규모다.

이번 인수는 오는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대비한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두산비나를 친환경 선박 핵심 기자재인 독립형 탱크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독립형 탱크는 LNG추진선, 암모니아운반선,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등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부품이다. IMO가 2050년 해운업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면서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글로벌 LNG 저장 탱크 시장은 2023년 158억4000만달러(22조1600억원)에서 2031년 294억5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8.06%에 달한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 시장이 본격 확대되기 전에 핵심 기자재 생산능력을 선제 확보한 것”이라며 “기존 현대힘스의 연간 2만7000t 독립형 탱크 생산 역량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거점 확대로 아시아 시장 공략

HD현대는 이번 인수를 통해 베트남에서의 사업 기반도 확장한다. 이미 ‘HD현대베트남조선’을 운영하며 현지 조선업에 진출해 있다.

두산비나는 독립형 탱크 외에도 항만 크레인을 생산해 왔다. 현재 글로벌 크레인 시장은 중국 ZPMC가 72.8%의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이 중국산 항만 크레인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상향하는 등 탈중국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HD현대삼호는 현재 3.6%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변화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는 지난 12일 한-베트남 기업간담회에서 베트남 정부에 프로젝트 기간을 기존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하며 베트남 투자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 대비 저렴한 인건비와 중국 대비 낮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제공한다”며 “HD현대가 베트남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산그룹, 2900억원 현금 확보··· 포트폴리오 재편 일환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 이번 매각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이다. 화력발전이 사양 산업으로 전락하면서 두산비나의 화력발전 보일러 사업 전망이 어두워진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매각을 통해 29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사업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확보한 자금을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 등 미래 에너지 사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HD현대가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를 85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두 번째 거래다. 양 그룹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바탕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HD현대는 현재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을 통해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암모니아 추진선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두산비나 인수와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HD현대의 친환경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027년 IMO 환경규제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생산기지를 확보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베트남이라는 전략적 거점에서 독립형 탱크와 항만 크레인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게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