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세계 최초 부유식 콘크리트 CO₂ 주입 시스템

탄소배출권 확보·글로벌 탄소감축 시장 진출 모색 호주·유럽·일본 등서 부유식 CCS 투자 이어져

2025-08-14     진경남 기자
동해가스전 전경./한국석유공사 제공

현대건설이 바다 위에 부유체를 띄워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부유식 CCS(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에 나선다. 동남아시아의 고갈된 해양 유·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 온실가스 감축과 해외 탄소배출권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13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한국석유공사, 미국선급협회, 서울대,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공사 페르타미나 등 국내외 8개 민·관·학 기관이 참여하며, 총 58억원을 투입해 42개월간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CCS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모아 땅속 깊은 곳에 안전하게 주입하고 영구적으로 저정하는 기술이다. 이번 국책 과제는 동남아시아 해양 지역의 고갈된 유·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하기 위한 부유식 이산화탄소(CO₂) 주입 시스템의 개념과 기본설계(FEED)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연구에서 선박을 활용한 부유체 외에도 세계 최초로 바다 위에 뜰 수 있는 부유식 콘크리트를 활용한 CO₂ 주입 시스템을 개발하고, 기본설계승인(AIP)까지 확보해 사업모델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부유식 CCS는 향후 블루 수소·블루 암모니아 생산 설비와도 연계할 수 있어, 부유식 수소 생산, 해상 암모니아 합성 설비 등 해상 탄소중립 클러스터 조성에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부유식 CCS 기술은 해상 토목과 다양한 플랜트 분야에 강점이 있는 현대건설이기에 가능한 의미 있는 도전"이라며 "이번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국내 CO₂를 해외로 이송·저장하는 '국경 통과 CCS' 사업에 활용해 탄소배출권 확보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탄소감축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 해양·에너지 업계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인 부유신 CCS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호주·유럽·일본, 해양 탄소잡기대응 나서

전 세계 해양·에너지 업계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인 부유신 CCS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호주 연안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최초의 대규모 부유식 CCS 허브 프로젝트 ‘CStore1’이 속도를 내고 있다. Technip Energies, deepC Store, Mitsui OSK Lines가 공동으로 주도하는 이 사업은 연간 최대 750만t 규모의 CO₂를 다양한 산업시설에서 포집해 액화한 뒤 부유식 저장·주입 허브로 운송해 해저 지질구조에 영구 저장하는 체계를 갖춘다.

CStore1은 다수의 산업체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멀티 유저(Multi-user)형 저장소’로, 모듈형 설계를 적용해 향후 저장 용량 확장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단위 저장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유럽 북해와 노르웨이 대륙붕에서는 CCS와 해상 전력생산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SBM Offshore와 Ocean-Power가 협력해 개발 중인 ‘블루 파워 허브(Blue Power Hub)’는 가스터빈 전력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포집·저장하는 통합형 부유식 플랫폼이다. 여기에 해상 풍력과의 하이브리드 운영 방식을 더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 감축을 동시에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이 전력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육상 전력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ENEOS, K Line, ClassNK, MODEC 등 글로벌 해운·에너지 기업들이 액화·저장 통합형 부유식 CO₂ 저장장치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LCO₂-EP Cargo Tank’ 기술을 적용해 상온에서도 CO₂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설계했다. 설계는 이미 ClassNK의 승인을 받았다. 해당 저장장치는 대량의 액화 CO₂를 임시 저장하거나 장거리 운송 전 중간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해상 탄소물류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부유식 CCS가 한 번 설치하면 수십 년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블루 수소·암모니아 등 저탄소 에너지원 확산에 필수적인 해상 탄소저장 인프라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