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6조 수주 폭증' 뒤 안전사고 급증...삼성물산만 사망 제로

현대건설 5년간 17명 사망으로 1위...삼성물산은 수주 감소로 2년 연속 사망자 0명

2025-08-12     장은진 기자, 진경남 기자
대형 건설사들의 무분별한 수주확대가 산업재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 생성이미지

대형 건설사들의 무분별한 수주 확대가 안전사고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사고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현대건설을 비롯해 상위권 건설사들이 모두 2023~2024년 전례 없는 수주 급증을 기록한 반면, 수주를 줄인 삼성물산만 2023년부터 2년 연속 사고사망자 0명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은 17명이 사망한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2020년 3명, 2021년 5명, 2022년 5명, 2023년 2명, 2024년 2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2021~2022년 연속으로 5명씩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현대건설은 2024년 도시정비사업에서 6조612억원을 수주하며 6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4조6125억원 대비 31% 급증한 수치다. 국내 전체 수주액도 2024년 30조5281억원을 기록해 2023년 32조4906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현대건설 측은 수주 확대에 따른 현장 관리역량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급격한 수주 증가가 안전관리 공백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롯데건설은 2020년 3명, 2021년 3명, 2022년 3명, 2023년 3명, 2024년  2명 등 총 14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해 2위를 기록했다. 매년 꾸준히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건설의 2024년 정비사업 수주액은 1조957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8% 급증했다.

대우건설은 총 13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해 3위를 기록했다. 특히 2023년에는 사망자가 0명이었지만 2024년 3분기에 3명이 발생해 급격한 악화를 보였다. 그런데도 대우건설은 2024년 정비사업 수주액을 2조9823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급증시키는 공격적 수주 전략을 지속했다. 대우건설의 국내 수주잔고는 38조8412억원으로 높은 수준이다.

DL이앤씨는 총 12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해 4위를 기록했다. 모회사 DL건설은 2020년 시공능력평가액 1조8089억원(17위)에서 2021년 3조2492억원(12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하지만 급성장 과정에서 현장 운영 노하우 부족이 드러났다. 2024년 DL건설의 토목 원가율은 104.5%까지 치솟아 적자 공사가 속출했고, 이는 안전관리비 절감 압박으로 이어졌다.

포스코이앤씨는 2022년과 2023년 사망자 0명을 기록했으나, 수주가 급증한 2024년 3분기 2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했다. 2024년 정비사업 수주액 4조7191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존 강점 분야인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재개발로 사업 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도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추락사고, 의령 고속국도 공사 사망사고,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 감전사고 등 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를 직접 거론하며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력히 질타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2021년 4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후 2022년 1명으로 줄었고,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0명을 기록했다. 비록 올해 6월 평택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일어났지만 다른 10대 건설사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이는 삼성물산의 수주 전략 변화와 정확히 일치한다. 2024년 수주액을 18조420억원으로 전년(19조2280억원) 대비 1조원 이상 감소시켰다. 이 중 국내는 17조2000억원으로 전년 수주액 대비 13% 줄였다. 대신 수익성에 집중한 결과 영업이익률 5.27%를 달성했다. 이는 다른 대형 건설사들의 1~3%대 영업이익률과 비교해 압도적인 수준이다.

삼성물산은 의도적으로 수주 규모를 관리하며 현장별 충분한 관리역량을 배분하고 있다. 삼성물산 측은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무리한 수주보다는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우량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연평균 약 250억원의 '안전강화비'를 별도로 편성해 전 현장에 배분하면서 초기에 안전 확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으며, CSO(최고안전책임자) 주도의 독립적인 안전전담 체계를 운영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시에 진행되는 현장이 급증하면서 숙련된 현장관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단기 성과에 급급해 무리한 수주 경쟁을 벌이다 보니 안전관리가 뒷전으로 밀렸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10대 건설사 사고 사망자수./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장은진 ·진경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