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헐값매각’ 논란··· ESG 혁신으로 대반전 노린다
4개 분야 국제인증 완성하며 글로벌 기준 경영시스템 구축 1조5000억 투자로 화장품·에너지 신사업 본격 진출 "과거 오너리스크 청산, 투명경영으로 제2의 도약" 선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을 ‘헐값매각’이라며 2차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작 태광산업은 체계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혁신을 통해 극적인 반전을 연출하고 있다. 한때 지배구조 평가 D등급까지 추락했던 태광산업이 불과 1년 만에 B등급으로 2단계 도약하며 품질·안전·환경·준법경영 등 4개 분야 국제인증을 모두 완성한 것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이례적인 성과다.
여기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화장품·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본격 나서면서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트러스톤이 비판한 EB 발행이 실제로는 체계적인 사업 혁신을 위한 필수적 재무전략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오해와 기업의 실제 현황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2차 가처분 신청은 기존 1차 신청과 달리 태광산업을 직접 청구 대상으로 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 갈등과는 별개로 태광산업의 ESG 경영 체계화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장 주목할 성과는 품질경영시스템(ISO 9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 환경경영시스템(ISO 14001), 준법경영시스템(ISO 37301) 등 4개 분야 국제인증을 모두 완성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24년 11월 획득한 준법경영시스템 ISO 37301 인증은 기업의 준법경영 프로세스와 정책, 위험 관리체계가 국제 표준에 맞게 구축·운영되고 있음을 공식 인증받은 것이다. 과거 D등급까지 떨어졌던 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됐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한다.
2023년 10월 태광그룹이 ESG 비전과 사업전략 수립을 담당하는 미래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태광산업은 11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단기 및 중장기 ESG 실행계획에 대한 이행현황과 이슈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태광산업은 한국ESG기준원(KCGS)의 2024년 ESG 평가에서 전년보다 한 단계 상승한 B등급을 받았다. D등급에서 B등급으로의 2단계 도약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성과로, 태광산업의 ESG 경영 혁신이 실질적인 변화임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특히 트러스톤이 태광산업의 EB 발행을 ‘헐값매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지난달 18일 1차 심문 직후 시간외매매를 통해 보유 지분의 절반을 헐값보다 더 낮은 가격에 처분한 모순적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는 트러스톤의 주장과 실제 행동 사이의 일관성 부족을 보여주는 사례로, 태광산업이 “자신의 자본이득을 사수하기 위해 사법기관을 악용하는 부도덕한 술책”이라고 강조했다.
EB 발행의 진짜 목적··· 1조5000억 전략투자 로드맵
트러스톤이 문제 삼는 3200억원 규모의 EB 발행은 실제로는 태광산업의 1조5000억원 전략투자 계획의 핵심 재무전략이다. 태광산업은 5월 말 기준 1조9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기존 석유화학 및 섬유 부문에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고, 업황 악화에 대비한 3.5개월치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상황에서 EB 발행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화장품 사업 진출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태광산업과 티시스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투자 전문 자회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가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애경산업 인수전에 참여, 적격 예비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포함돼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매각 희망가는 6000억원 수준으로, 태광그룹 컨소시엄은 최근 애경산업의 핵심 생산시설인 충남 청양공장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롭게 추가되는 사업 목적에는 화장품 제조·매매, 에너지 관련 사업, 부동산 개발, 호텔·리조트 등 숙박시설 개발·운영, 블록체인 기반 금융 연관 산업 등이 포함된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금융 연관 산업의 추가는 태광산업이 단순한 전통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디지털 금융과 핀테크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기존 석유화학 및 섬유 사업의 전략적 구조조정도 병행하고 있다. 이미 석유화학 2공장 내 프로필렌 공장과 저융점섬유(LMF)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일부 나일론 생산 공장과 중국 스판덱스 공장도 조만간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대신 아크릴로니트릴(AN),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등 수익성 높은 사업에는 추가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내년까지 집행할 투자 규모는 현재 보유 중인 투자가용자금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올인’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투명경영 시대 개막
태광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과거의 오너 리스크를 완전히 청산하고 투명한 기업 운영을 위한 근본적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5인 체제였던 이사회를 7인으로 확대하고,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추천한 사내외 이사 후보들을 이사회에 합류시키는 등 외부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개방적 자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과거 폐쇄적이었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개방적인 지배구조로 전환하려는 의지의 구현으로 해석된다.
태광그룹은 2024년 9월 23일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도입을 공식 선포했고, 태광산업은 후속 조치로 준법경영의 원칙과 방향을 담은 ‘준법경영방침’을 제정하고 자율준수관리자를 선임했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스쿨과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교육을 진행하는 등 조직 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안전·환경 경영에서도 ‘무재해·무사고·무결점’ 사업장 구축을 목표로 체계적 접근을 하고 있다. 주요 생산 현장에 자체 제작한 ‘안전보건 현장 가이드북’을 비치하고, 회의나 행사 전에 전 임직원이 안전 선언을 제창하는 등 전사적 안전문화 확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EB 발행을 통한 투자자금 확보는 회사의 존립과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며 “현 정부의 정책을 반영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이를 통해 주식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 재편을 통해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광산업의 현재 변화가 과거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환기적 노력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특히 트러스톤과의 갈등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체계적인 ESG 경영과 전략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태광산업의 변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