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신규 원전 필요 없다··· 재생에너지로도 공급 가능"

에너지기술연구원, "2038년까지 전력 수요, 태양광·풍력으로 충분" "전력시장 구조 개편·분산형 체계 시급"… 독일 사례도 근거로 제시

2025-08-05     진경남 기자
AI시대에 신규 원자력 발전소 없이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 원자력 발전소 없이도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전력 수요가 급등하면서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재생에너지 잠재량으로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치환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신규 원전 건설 없이도 2038년까지의 전력 수요와 탄소 감축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며,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경제성까지 고려해 실제 발전이 가능한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연간 666TWh(테라와트시)에 달한다. 이는 2038년 예상 전력 수요 735TWh의 약 90%에 해당한다. 여기에 기존 원전 발전량 189TWh까지 더하면 신규 원전 없이도 수요 충당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한 연구원은 "2040년 석탄발전 퇴출을 위해 필요한 418TWh도 재생에너지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며 "전력망 구조 개편과 지역 에너지 가격 자율화, 공간은행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공단의 2020년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잠재량은 연간 926TWh로, 현재 국내 연간 발전량(588TWh)의 1.6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성과 입지를 보수적으로 반영한 수치임에도 재생에너지로 전력 공급을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이미 탈원전 완료… "한국도 가능성 충분"

해외 사례에서도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공급의 실현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 독일은 이미 2023년 모든 원전을 폐쇄하고, 현재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태양광·풍력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320억 유로(46조원)에 이른다.

독일 아고라 에너르기벤데 염광희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독일은 산업 구조, 수출 의존도 측면에서 유사하다"며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54%까지 끌어올리며 2억50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40만 개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한국도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한 독일대사관 데니스 블로흐 경제참사관은 "독일은 2030년까지 전력 소비량의 8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계획된 전력망 확장과 시스템 서비스를 통해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 개선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본다. 전국적으로 옥상, 유휴 부지, 공장지대 등을 활용한 발전 설비 확대가 가능하며, 기술 발전에 따른 발전 단가 하락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한, 에너지산업계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연간 10조~15조원대의 에너지 수입 대체 효과와 신산업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로써 에너지 안보 강화와 일자리 창출, 수출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국가 간 전력망이 연계된 유럽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50%에 도달하면서 유연성 확보가 과제가 되고 있다"며 "국내처럼 고립된 전력망에서는 한전의 독점 구조 개편과 지역·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을 통해 수요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