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안전점검 당일 감전사고··· ‘미필적 고의 살인’ 현실로
이재명 대통령 “미필적 고의 살인” 질타 일주일 만에 또 사망사고 안전점검 완료 당일 발생한 감전 사망사고··· 대책의 완전한 무력화 포스코그룹 “말 뿐인 안전 혁신”··· 계속된 인명사고에 신뢰 ‘추락
이재명 대통령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력 질타하고 포스코이앤씨가 대국민 사과를 한 지 불과 6일 만에 또다시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포스코이앤씨 측이 안전점검을 완료했다며 작업을 재개한 바로 그날 일어난 참사로, 포스코그룹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완전히 허울뿐이었음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34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에서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미얀마 국적 30대 남성 근로자가 감전사고로 심정지 상태에 빠진 것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이 현장이 포스코이앤씨가 안전점검을 완료한 후 바로 그날 작업을 재개한 곳이었다는 점이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없다고 자체 판단해 이날부터 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혔지만, 작업 재개 당일 바로 중대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들의 안전관리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허술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례 없는 강도로 포스코이앤씨를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 들어 다섯 번째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돈 벌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이어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라는 직접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같은 날 오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전사적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해 안전이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 중지”를 약속했다. 포스코그룹도 지난 1일 장인화 회장 직속 ‘그룹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팀’을 출범시키며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들이 불과 며칠, 심지어 몇 시간 만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6일 만에 또 다른 중대사고가 터지면서 포스코그룹의 안전 대책은 국민적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직격탄··· 2841억원 과징금·CEO 형사처벌 현실화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직접적인 처벌 대상이 됐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6번째 중대재해를 기록하며 건설업계 최악의 안전 불감증 기업으로 낙인찍힌 가운데 이제는 법적 처벌이 현실화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즉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에 착수하며 “일벌백계 원칙 아래 최고 수준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보건 조치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까지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으로, 포스코이앤씨의 연이은 사고는 이 법의 완벽한 적용 사례가 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제적 제재다. 정부는 중대재해 발생 시 징벌적 손해배상, 과징금 부과 등 경제적 제재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이 통과되면 건설사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거나 1년간 영업정지 처분까지 가능하다. 포스코이앤씨의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는 2841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로, 회사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확고하다. 이 대통령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산재 수사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에 경찰은 4일 ‘산업재해 전담 수사팀’을 전국 시도청에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본청에는 전국 산재나 중대재해 사건 수사에 대한 수사지휘계를 설치하고, 전국 시도청 형사기동대엔 전담 수사팀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사고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직접 주문하고 간담회까지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인명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강력한 처벌 의지를 드러냈다.
“안전불감증 대명사” 완전 낙인 ··· 브랜드 가치 추락으로 존폐 기로
포스코그룹은 이제 한국 기업계에서 ‘안전 불감증의 대명사’로 완전히 낙인찍혔다. 이 대통령의 “미필적 고의 살인” 질타, 대국민 사과, 그룹 차원의 안전 대책, TF팀 구성과 전면광고까지 모든 노력이 불과 며칠 만에 무력화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갖는 상징적 의미는 더욱 치명적이다. 포스코그룹의 모든 안전 대책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피상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안전점검을 완료했다며 작업을 재개한 바로 그날 중대사고가 발생한 것은 그들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음을 증명한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그룹의 신뢰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추락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연이은 사고로 인한 브랜드 가치 하락과 수주 기피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협력업체들도 포스코그룹과의 사업 관계를 재검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포스코이앤씨 전 사업장 62곳에 대한 불시 감독이 진행 중이며, 산안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여기에 새로 신설된 산업재해 전담 수사팀까지 투입되면서 포스코그룹은 전례 없는 수사망에 포위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전례 없는 제재와 함께 천문학적 과징금, 영업정지 처분까지 현실화되면서 향후 대응에 따라 기업의 존폐까지도 좌우될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안전사고를 넘어서 한국 산업계 전체의 안전 의식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포스코그룹이 어떤 근본적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