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투자한 TMC, ISA 조사 위기… 고려아연 "문제 없는 투자"

ISA "TMC 독단적 심해저 채굴, 국제법 위반 우려”… 조사 대상 고려아연 TMC에 1165억원 투자, 투자 적절성 지적 지속

2025-08-04     임호동 기자
국제해저기구가 국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더메탈스컴퍼니'와 더메탈스컴퍼니에 투자하면서 투자 적절성에 논란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 사진은 각 사 로고. /각 사 제공

국제해저기구(ISA)가 캐나다 심해저 광물 개발업체 ‘더메탈스컴퍼니'(이하 TMC)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TMC에 약 1165억원을 투자한 고려아연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AFP, 뉴욕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ISA는 최근 폐막한 제30차 연례 총회에서 법률기술위원회를 통해 TMC의 활동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ISA 이사회는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는데, 외신들은 이러한 조치가 TMC를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TMC는 지난 3월 국제해역에서 세계 최초의 상업적 심해저 채굴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4월에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채굴 허가를 신청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규범과 ISA의 관할권을 무시한 독단적 행보로 해석되며, 강한 반발을 샀다.

당시 ISA는 성명을 통해 “TMC의 일방적인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며, 다자주의 원칙과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체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정 기업을 겨냥해 이 같은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TMC에 대한 ISA의 조사가 알려지자 주식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TMC 주가는 7월 24일 기준 8.1달러에서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8월 1일 5.87달러로 마감됐다. 하락률은 무려 25.3%에 달한다.

국제 사회의 비판도 이어졌다. 그린피스는 “TMC와 같은 일탈 행위자로부터 다자주의 체계를 보호해야 한다”며 ‘심해저 채굴 모라토리엄’을 각국에 촉구했고, 팔라우 대통령은 “심해 개발은 태평양 도서국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한 도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논란 속에서 고려아연은 지난 6월 TMC 지분 5%를 약 1165억 원에 인수했다는 것이다. 추가 옵션 행사 시 투자 규모는 최대 1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TMC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고려아연의 투자가 적절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TMC에 대한 투자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설명이다. 고려아연 측은 입장문을 통해 "TMC의 주가는 단기에 70% 가까이 올랐다가 최근 며칠 간 27% 가량 하락하는가 하면 금요일(1일) 장 종료 후에는 시간외 시장에서 17% 가량 상승세를 보이는 등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근거해 기업의 중장기적인 전략적 투자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고 밝혔다. 

또한 고려아연은 "ISA의 TMC에 대한 조사 가능성 역시 심해저 채광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 논의와 미국과의 관계 설정 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론되는 사안으로 일종의 조사의 일환"이라며 "고려아연은 TMC 투자에 대한 법률적, 환경적 리스크 등을 사전에 검토해 투자를 진행했으며, 앞으로도 기업의 ESG 및 환경적 기준과 법적 준수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향후 절차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ISA의 조사가 실제로 이어질 경우 고려아연은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일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ISA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TMC의 규정 우회 시도가 국제법 및 UNCLOS 전체의 통합성과 포괄적 체계를 훼손하게 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와 함께 심해저 탐사 규정 위반 시 계약 해지·정지·벌금 등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루이사 카슨(Louisa Casson)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캠페이너는 “정부들이 이 중대한 시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더 단호한 태도로 TMC와 같은 일탈 행위자(rogue actor)로 부터 다자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각국은 심해채굴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심해는 세계 공동의 자산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