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전기차 배터리 22.1% →16.4% 점유율 하락…"中과 격차 벌어져"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 37%↑ 504.4GWh 규모로 CATL·BYD 등 중국업체 약진에 한국 점유율 내려가 한국 업체, "공급망 재편 기회 삼아 도약 발판 삼아야"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대 배터리업체의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5.4%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시장 확장에 밀린 결과로 분석된다.
4일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6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EV·PHEV·HEV)에 탑재된 총 배터리 사용량은 약 504.4GWh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7.3%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6.4%에 그쳤다. 전년 동기 22.1%에서 5.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개별 업체별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4.4%성장 47.2GWh를 보급해 글로벌 3위 자리를 유지했다. SK온은 10.7%의 성장률을 기록해 5위(19.6GWh)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8.0% 감소하며 16.0GWh로 8위에 머물렀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는 지속됐다. 특히 BYD는 58.4% 폭풍 성장하며 89.9GWh를 기록, 1위와의 격차를 좁혔다. CATL은 90.9GWh(점유율 37.9%)로 전년 동기 대비 37.9% 성장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SDI, BMW·리비안 판매 둔화에 타격
삼성SDI의 배터리는 주로 BMW, 아우디, 리비안 등에 공급되고 있다. BMW는 i4, i5, i7, iX 등 주요 전동화 모델에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지만, 베스트셀러인 i4의 판매 둔화로 BMW향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다.
리비안은 R1S, R1T가 미국에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고션(Gotion)의 LFP 배터리를 적용한 스탠더드 레인지 트림이 새롭게 출시되면서 삼성SDI 공급 비중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아우디는 PPE 플랫폼 기반의 Q6 e-Tron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8.8%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를 기록했다.
◇SK온, 현대차그룹 회복세에 힘입어 성장
SK온의 배터리는 현대차그룹,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폭스바겐 등에 주로 탑재됐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아이오닉5와 EV6의 페이스리프트 이후 탑재량이 점진적 회복세를 보였고, 폭스바겐 ID.4, ID.7의 견조한 판매량도 SK온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반면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포드 F-150 라이트닝의 판매 둔화로 포드향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LG에너지솔루션, 테슬라 의존도 부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는 테슬라, 쉐보레, 기아, 폭스바겐 등에 공급되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의 판매량 부진으로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9% 감소했다.
반면 기아 EV3의 글로벌 판매 호조와 얼티엄 플랫폼이 적용된 쉐보레 이쿼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 EV의 북미 판매 확대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를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
◇중국 CATL·BYD, 압도적 성장세
중국의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7.9%(190.9GWh) 성장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견고히 유지했다. ZEEKR와 AITO, Li Auto, 샤오미 등 주요 OEM들이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주요 OEM들도 CATL 배터리를 대거 채택하고 있다.
BYD는 58.4%(89.9GWh) 성장률과 함께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2위를 기록했다.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BEV+PHEV)를 자체 생산하는 BYD는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차급에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확장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유럽 내 BYD 배터리 사용량은 6.0GWh로 전년 동기 대비 31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18.8GWh를 기록하며 6위에 올랐다. 파나소닉은 최근 강화된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및 원자재 규제에 대응해 북미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줄이고, 현지 조달 확대 및 신규 소재 확보를 통해 배터리 생산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향후 북미 시장 내 사용량 회복과 점유율 유지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망 재편·규제 강화" 이중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과 규제 강화 흐름이 동시에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는 기존 IRA(Inflation Reduction Act)를 기반으로 한 클린에너지 세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외국 우려 실체(FEOC)' 규정을 통해 중국 등 특정 국가와 연계된 배터리 및 원자재에 대한 세액공제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현지 생산 비중 확대, 중국산 원재료 의존도 축소, 비중국권 공급망 강화 등을 중장기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IRA 및 AMPC를 넘어서는 규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유럽도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현지 생산 장려 정책과 전략 비축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고, 중국계 배터리사의 현지 공장 설립도 본격화되며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통제 강화라는 이중 압력 속에서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라 공급 기반의 독립성과 지역 전략의 유연성을 갖춘 대응력이 요구되는 전환 국면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공급망 변화라는 격변의 시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오히려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