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친환경·방산·MRO 3축으로 ‘K조선 르네상스’ 이끈다
연간 20조원 미국 해군 MRO 시장 진출 눈앞 친환경 선박 기술로 글로벌 시장 선점 가속화 5개 핵심 사업영역 성장 통해 리스크 최소화
HJ중공업이 친환경 선박, 방산, 유지·보수·정비(MRO) 3대 핵심 사업을 바탕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미국과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이 유력해지면서 연간 20조원 규모의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의 영도조선소 직접 방문과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의 사외이사 영입은 이러한 기대감을 뒷받침하는 상징적 신호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탈탄소 시대를 맞아 HJ중공업의 친환경 선박 기술이 글로벌 해운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 초 에이치라인해운과 체결한 1만8000㎥급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 건조계약이 대표적이다. 이 선박은 독립형 LNG 탱크 2기와 이중연료 추진 시스템을 적용한 초첨단 친환경 선박으로, LNG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을 갖췄다.
더욱 주목할 만한 성과는 그리스 선주사 나비오스 마리타임과의 메탄올 레디(Methanol Ready) 컨테이너선 4척 수주다. 현재는 재래식 연료를 사용하지만 향후 친환경 메탄올로 전환 가능하도록 설계된 이 선박들은 HJ중공업의 기술 선견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급변하는 환경규제와 연료 전환 시대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HJ중공업이 보유한 LNG·메탄올·암모니아 대응 선박 기술은 시장 변화에 완벽히 부합한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 자원 개발 확대 정책으로 LNG 운반선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한국이 LNG선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HJ중공업도 이러한 성장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MRO 시장 진출로 신성장동력 확보
HJ중공업이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MRO 사업이다.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미국 해군 MRO 시장은 HJ중공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미 해군은 현재 296척인 함정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연평균 약 42조원 규모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에 이어 국내 세 번째 MSRA 체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시장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코프로스키 사령관의 영도조선소 직접 방문과 시설 점검은 HJ중공업의 기술력과 역량에 대한 미군의 높은 평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의 사외이사 영입은 미군과의 네트워크 강화와 MSRA 체결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특히 HJ중공업이 부산·경남 지역 조선업체들과 구축한 ‘MRO 클러스터 협의체’는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지역 조선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 인력,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대형 MRO 프로젝트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해상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조선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MRO 사업을 통한 신뢰 구축이 향후 신조 함정 건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50여년간 축적한 함정 건조 능력··· 글로벌 방산시장 진출
HJ중공업은 지난 1974년 국내 방위산업체 1호로 지정된 이래 50여년간 축적한 함정 건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화시스템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HJ중공업의 함정 건조 기술과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CMS), 레이다 등 첨단 장비가 결합된 완전체 함정 수출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고속상륙정(LSF-II) 분야에서는 국내 유일의 건조 기술을 보유하며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호주, 아랍에미리트, 필리핀 등 해외 바이어들의 폭발적 관심을 받으며 대량 수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의 고속상륙정 장비 국산화 MOU 체결은 가격 경쟁력 확보와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아울러 건설부문도 균형 잡힌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새만금국제공항과 GTX-B노선 등 국가 기간사업 참여를 통해 국내 공공건설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필리핀 세부 신항만 건설사업은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세부 신항만 프로젝트는 기존 세부항에서 북동쪽으로 10km 떨어진 콘솔라시온 지역에 25만㎡ 규모의 매립지 위에 2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컨테이너 터미널을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오는 2028년 완공 예정이다.
이를 통해 조선·건설·방산·에너지·MRO 등 5개 핵심 사업영역의 균형잡힌 성장은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건설부문의 공공공사 중심 전환과 해외 인프라 사업 확대는 조선업 사이클에 독립적인 수익 기반을 제공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HJ중공업이 올 하반기부터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익성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외형 확대보다는 실질적인 영업이익 개선에 집중하는 경영 기조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