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IRP도 ‘로보’에게 맡길 시간입니다
2025년 3월, 개인형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제도에 하나의 주목할 만한 변화가 도입되었다. 바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기술을 활용한 ‘일임형 운용 방식’이 허용되면서, 이제는 일반 투자자들도 복잡한 금융 지식이나 매번 번거로운 상품 선택 없이 보다 전문적이고 자동화된 퇴직연금 자산 관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IRP는 연간 최대 90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노후 준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절세 상품으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정작 많은 가입자들이 상품에 가입한 후에는 어떻게 자산을 운용해야 할지 몰라 대부분을 예·적금 위주로 운용하거나, 펀드를 선택하더라도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저조한 수익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실질적인 자산 증식 효과를 얻지 못한 채, 세제 혜택만 보고 가입하는 ‘형식적인 운용’에 머무는 IRP 계좌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고자 도입된 것이 바로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일임형 IRP 운용 방식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성향을 설문이나 알고리즘을 통해 정밀하게 분석한 후, 그 결과에 따라 국내외 ETF, 채권, 펀드 등 다양한 자산군을 조합하여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한다. 이후에도 시장 금리 변화, 경기 흐름, 각종 리스크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자산 재조정)해줌으로써, 장기적인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로보어드바이저는 단순히 ‘투자 추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손을 완전히 떼고도 자산이 자동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자산운용 매니저’의 역할을 수행한다. 가입자는 매번 어떤 펀드를 선택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증시의 흐름을 매일 체크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그저 매달 IRP 계좌에 일정 금액을 납입하는 것만으로, 수익률을 추구하는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특히 직장 생활로 바쁜 30~50대 직장인이나, 투자 지식이 부족한 금융 초보자,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시간과 정보가 부족한 프리랜서·자영업자들에게 가성비 높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IRP 계좌 개설을 넘어, 디지털 자산관리의 시작점이자 자동화된 재무설계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매우 크다.
실제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40대 직장인 박모 씨는 2년 전 퇴직연금 세액공제를 받을 목적으로 IRP를 개설했지만,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결국 자산의 90% 이상을 예금에만 넣어두었고, 연 수익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일임형 IRP를 신청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구성된 ETF와 채권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자동으로 운용되었고, 그 결과 박 씨는 별도의 개입 없이도 2개월 만에 예금 대비 수익률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박 씨는 “이전에는 어떤 펀드가 좋은지 찾느라 블로그나 금융 앱을 뒤지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앱에서 포트폴리오와 수익률만 간단히 확인하면 되니 훨씬 편하고 믿음도 간다”며 로보 IRP가 단순한 상품을 넘어 '믿고 맡길 수 있는 재무 동반자'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처럼 로보 IRP는 금융 기술과 세제 혜택이 결합된 형태로, 기존 IRP의 한계를 기술로 뛰어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퇴직연금 운용의 가장 큰 허들이었던 ‘상품 선택’의 부담을 해소하고, 누구나 쉽게 노후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었다는 점에서 정책적, 산업적 의의 또한 상당하다.
물론, 로보어드바이저라고 해서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다. 각 금융기관마다 운용 알고리즘의 철학이나 방식, 수수료 구조, 실적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가입 전 로보 IRP의 운용 전략과 조건을 충분히 비교 분석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IRP 자체가 중도 해지 시 세액공제 환수, 퇴직소득세 부과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여유자금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할 준비가 된 가입자에게 더 적합한 제도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IRP는 금융 지식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간편함과 수익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금융기관들이 다양한 전략의 로보 IRP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몇 년 후에는 "내 IRP는 로보가 운용해줘"라는 말이 금융 자산관리의 새로운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노후 준비는 이제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불어나는지,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핵심이 된 시대다.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IRP는 이 복잡한 과정 전체를 기술에 맡기고, 사용자는 본인의 삶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자동화된 자산관리 시대의 신호탄이다.
만약 아직 IRP를 개설하지 않았거나, 기존 IRP 계좌를 예금만으로 운용하며 방치하고 있다면, 이제는 한 번쯤 로보에게 맡기는 퇴직연금 자산관리를 경험해볼 시점이다. 절세와 노후대비, 그리고 자동화된 투자라는 세 가지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이 기회를 통해, 퇴직연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먼저 체감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