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美 에너지 140조원어치 사들인다…현재 구매 10% 증가

상호관세 합의 과정서 美産 원유·가스 수입 늘려…공급망 다변화 중동산 일부 조정 추가 부담 없어…'알래스카 프로젝트' 언급 빠져

2025-07-31     진경남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토대로 향후 4년간 총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한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한국 정부가 향후 4년간 미국산 에너지를 총 1000억 달러(약 140조원) 규모로 구매하기로 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상호 관세율을 15%로 합의한 데 이어서 나온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에 "한국이 앞으로 4년간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3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와 같이 밝혔다.

연간으로 따지면 약 250억 달러(34조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기준 미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액(약 224억 달러) 대비 10%가량 늘어난 수치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서 △원유 142억달러 △가스 75억달러 △석탄 6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전체 에너지 수입에서 미국산 원유는 15.7%, 가스는 12.2%를 차지한다.

정부는 이 같은 수입 확대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수입 도입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 중동·러시아산 에너지의 일부를 미국산으로 대체하며, 수입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미대사관 브리핑에서 "LNG 등 미국산 에너지 도입은 필수 에너지 구매처를 미국으로 확대하는 것일 뿐"이라며 "추가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 차원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미국산 LNG 장기계약 확대를 검토 중이며, 석유공사도 전략비축유 구성을 중질유에서 경질유로 바꾸면서 미국산 원유 도입을 늘려가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000억달러는 통상적으로 수입하는 규모로 이번 딜 때문에 추가로 없는 수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동산을 미국산으로 바꾸는 이런 정도의 구성 변화는 있지만 우리 경제 규모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입액이기 때문에 구매가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D.C. 주미대한민국대사관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한국과 미국 간 통상협의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한편 미국 측이 꾸준히 요구해온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는 이번 협상에서 명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수차례 언급해 왔으며, 향후 3500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 투자 협의에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 가스전을 잇는 1300km 길이의 가스관과 액화시설을 신설해 미국 내륙에서 아시아 수요국까지 공급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이 구체적 사업 계획을 제시해야 참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선 향후 알래스카 프로젝트 등 미국발 대규모 에너지 사업 참여가 국내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가스 생산부터 운송, 저장, 정제에 이르기까지 전후방 산업의 진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변동성 높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대응할 역량을 갖출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한미 양국의 관세 협상으로 상호 관세율이 15%로 확정됨에 따라, 대한민국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이를 통해 수출입 구조 상 안정성을 확보하고 에너지 설비·선박 등을 중심으로 미국과 공동 투자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며, 이미 미국 내 공급망을 마련한 기업의 경우 수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