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D-1, 이재용·정의선·김동관 미국행··· “550조 투자로 정면돌파”

조선업 ‘마스가 프로젝트’, 美해양패권 견제 카드로 급부상 역대급 투자 패키지로 美 압박··· 조선·반도체·배터리 전방위 협상카드 대미 투자 총력전··· 한국 vs 일본·EU 관세 딜 초읽기

2025-07-30     신종모
다음 달 1일로 다가온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재계 총수들이 잇따라 미국행에 나서며 관세 타결을 위한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다음 달 1일로 다가온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재계 총수들이 잇따라 미국행에 나서며 관세 타결을 위한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들이 들고 간 협상카드는 총 4000억달러(약 55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로, 일본의 5500억달러 투자에 맞서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핵심 협상카드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에 조선업을 결합한 전략적 네이밍으로, 미국 조선업 부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수백억달러 규모로, 한국 민간 조선사들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패키지로 구성됐다. 특히 군함 및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공동 건조와 현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미국의 자국 조선산업 부흥과 중국 해상패권 견제 전략에 부합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30일 재계에 따르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8일 가장 먼저 워싱턴으로 향한 것은 한화그룹이 조선업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미국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올해 초 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했으며, 현재 국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선박법(Jones Act) 준수에 기반해 군·관 공공 발주(해군/해경/해사청 등) 뿐 아니라 상선·방산·LNG선 등 중소형 선종 신조와 유지·보수·정비(MRO)까지 가능한 다목적 시설이다. 향후 미국 해군 MRO와 방위산업 진출 교두보 확보가 관건이다.

본 인수는 미국 정부와의 협의 등 정치적 함의까지 내포하며, 3480억원 규모 LNG 운반선 건조 계약 등 후속 실적을 확보했다. 조선소 확장 투자나 미국 방산시장 추가 진입도 검토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한화오션과 필리조선소는 한미 공동 선박 건조, 부품 현지화, 하청 생태계 확장 등 미국 내 ‘친한’ 공급망 구조를 창출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삼성·현대차 반도체·자동차 투자 확대 가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9일 미국행에 나서며 반도체 분야 추가 투자를 협상 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서 3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오는 2030년까지 완성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테슬라로부터 22조80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칩 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은 미국 내 추가 투자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을 위해서는 최첨단 패키징 시설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추가 투자가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당초 계획했던 440억 달러 규모로 투자를 복원할 경우, 약 70억달러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 이미 370억달러 투입을 확정한 데 이어, 최대 450억달러까지 투자 확대가 거론된다. 관세 협상 막판에 테슬라 AI 칩 수주와 연동해 첨단 패키징 시설을 추가로 신설하는 안이 유력해진다.

이번 투자 확장 배경에는 바이든·트럼프 행정부 모두가 강조하는 ‘미국 중심 공급망-고용’ 요구와 업계 내 TSMC(Taiwan) 견제 구도가 있다.

삼성의 현지 연구개발-생산 일체화, 미국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25→35%) 등 현지 산업정책과도 맞물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0일 워싱턴으로 출국하며 지난 3월 발표한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4년간 대미 투자 계획을 핵심 협상카드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 투자는 자동차 86억달러, 부품·물류·철강 61억달러, 미래산업·에너지 63억달러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전략은 단순한 생산 확대를 넘어 미국 제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현지화를 목표로 한다. 특히 루이지애나주에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설 계획은 철강부터 완성차까지 수직 통합된 현지 공급망 구축을 의미한다.

배터리 분야에서도 대미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K배터리 3사도 미국 내 생산 기지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구조 재편 전환점··· 과제도 산적

이번 관세 협상을 계기로 나타나는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 동향은 단순한 관세 회피를 넘어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공급망의 미국 중심 재편 가속화, 첨단 기술 분야의 현지화 심화, 정부-민간 협력 체계 강화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 기업의 첨단산업 및 조선 투자 확대와 경기 부양·고용 유치, 기술 리더십 동반 진출을 관세 인하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일본·유럽연합(EU)이 이미 15% 관세로 타결한 상황에서 한국도 동일한 수준의 관세 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마스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수십 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대미 투자 확대는 국내 산업 공동화 우려를 낳을 수 있으며, 핵심 기술의 미국 이전에 따른 기술 주권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현지 고용·생산 유치에 약속된 투자와 실제 생산이 이루어지느냐가 향후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다음 달 1일 관세 협상 결과는 단순히 관세율 인하 여부를 넘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투자 전략과 산업 구조 재편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 기업의 첨단산업 및 조선 투자 확대와 경기 부양·고용 유치, 기술 리더십 동반 진출을 관세 인하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며 “한국 기업 역시 관세 15%까지 인하와 현지 수주 확대(특히 현대차그룹 등 다른 산업 포함)까지 복합적 이득을 노린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EU는 이미 15% 관세로 타결하며 자동차 등 민감 품목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미국이 한국에 ‘동일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의 상호 투자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면서 “현지 고용·생산 유치에 약속된 투자와 실제 생산(미국산 인증제품)이 이뤄지느냐가 향후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