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돈놀이 그만” 발언에 4대 금융株 약 7% 급락

금융위도 각 협회장 소집… 시장 ‘규제 강화 움직임’ 해석

2025-07-29     김학형 기자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전경./각 사

최근 강한 상승 기류이던 4대 금융지주 주가가 하루 만에 평균 6.9% 급락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 놀이’ 비판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8.9% 하락한 8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고, KB금융(-7.0%)·신한지주(-5.6%)·우리금융지주(-3.5%) 등도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번 4대 금융지주 주가 급락은 이 대통령이 금융기관의 대출 행태를 비판한 데 따른 여진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기관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길 바란다”라며 “그래야 국민경제 파이가 커지고 금융기관도 성장·발전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금융업계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를 ‘이자 놀이’라고 직접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익성보다 공공성에 무게를 실어달라고 주문한 셈이다. 이에 정부가 금융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이른바 ‘관치 금융’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전날에는 금융위원회가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권 5개 협회장들을 불러 모아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의 ‘돈놀이’ 지적과 ‘투자 확대’ 요구에 관해 실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금융권이 자금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인 영역으로 돌려야 한다”라며 금융권에 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시장에서는 대통령의 발언과 당국의 움직임을 금융권 전반에 대한 정책 리스크 확대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국내 금융지주들이 최대 실적을 냈다는 호재가 있었지만, 정부 규제 강도가 다시 높아지며 금융주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주가 대통령의 ‘이자놀이’ 비판 이후 금융권 전반에 대한 경계 심리가 확대됐다”며 “세제개편안 공개를 앞두고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