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테슬라와 22조원대 ‘빅딜’…반도체 반등 신호탄 쐈다
머스크 “AI6, 삼성이 만들 것” … SNS로 계약 사실 공개 총 22.8조원… 삼성전자 역대 최대 규모 단일 수주
삼성전자가 테슬라와의 대규모 반도체 수주 계약을 따내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TSMC에 밀리며 주춤했던 삼성은, 미국 내 생산 능력과 차세대 2나노 공정 기술을 앞세워 테슬라의 ‘AI칩 파트너’ 자리를 꿰찼다.
삼성전자는 28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 22조7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33년 12월 31일까지다. 삼성전자 역사상 단일 계약 기준 최대 수주액이다. 계약 상대는 ‘경영상 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곧바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사실을 밝혔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X, 구 트위터)에 “삼성의 텍사스 신규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설”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AI6부터 삼성이 생산을 맡는다는 의미다.
그간 테슬라의 AI칩 생산은 대부분 대만 TSMC가 담당해왔다. 머스크는 “현재 AI4는 삼성이 개발 중이고, TSMC는 설계가 끝난 AI5를 대만과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며 AI칩 공급망에 변화를 예고했다.
이번 계약의 중심에는 삼성의 ‘2나노 기술’이 있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고성능 컴퓨팅(HPC), 서버 등에서 2나노 공정(SF2P, SF2P+) 전환을 추진 중이며, 평택 캠퍼스와 미국 텍사스 등에서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2나노 공정은 기존 3나노 대비 칩 면적은 8% 줄이면서도 성능은 12% 향상되고, 소비 전력은 25% 낮출 수 있다. 특히 GAA(Gate-All-Around) 트랜지스터 구조를 적용해 고성능 AI 칩에 적합하다. 테슬라의 AI6도 이 2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수율 확보와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삼성은 테슬라가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내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진행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165억달러(약 22조8000억원)라는 숫자는 최소치이며,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 업계에서는 미국이 반도체 자립과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가운데, 테슬라가 생산 공급망을 미국 내로 돌리고 있고, 삼성 역시 미국 내 생산 능력을 키워온 점이 이번 ‘빅딜’ 성사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장악하고 있던 AI 반도체 생산 시장에 삼성전자가 본격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