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동박 빅3, 턴어라운드 "희망이 보인다"··· 미국 IRA·공급망 재편 혜택기대감↑

SK넥실리스, LG엔솔과 "대규모 공급 계약" 롯데에너지 “‘투트랙’ 전략으로 4분기 흑자 도전” 솔루스첨단소재, AI·5G·전지박 삼각 포트폴리오

2025-07-25     신종모
국내 동박(구리박) 업계가 사상 최장 적자 터널을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픽사베이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동박(구리박) 업계가 사상 최장 적자 터널을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SK넥실리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등  K동박 ‘빅3’는 10~12분기에 이르는 연속 적자 상황에서 올해를 턴어라운드(개선)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 시장에서 이들의 생존 여부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한국 배터리 소재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의 고관세 정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대외 변수가 이들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결정적 분수령으로 작용하고 있다.

SK넥실리스·LG엔솔 ‘극적 화해’··· 대규모 동박 계약

25일 동박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10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리면서 가장 주목받는 카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대규모 공급계약이다. 양사는 한때 국내 배터리 업계의 양대 축이었지만,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을 둘러싼 기술 탈취 소송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이 분쟁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핵심 기술을 빼갔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021년 2월 SK이노베이션 제품의 미국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고, 결국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을 배상하는 조건으로 합의가 성사됐다.

하지만 소송 합의에도 불구하고 동박 공급 관계는 단절된 채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4년 만에 양사가 화해 무드를 조성하며 56년간 4조5조원 규모의 동박 공급계약을 논의 중이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SK넥실리스의 가동률은 현재 34.4%에서 70% 이상으로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구체적 규모는 협의 중이지만 양사 간 긍정적 입장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공장 중심의 생산체계 재편도 병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연산 5만8000t)의 생산량이 국내 정읍공장(5만2000t)을 넘어서면서, 정읍공장은 연구개발(R&D) 센터로 전환 중이다. 산업용 전기료가 말레이시아 100원/킬로와트시(kWh) 대비 국내 153.7원/kWh로 높아 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동박3사 분기별 실적./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EU RE100 공장으로 유럽 시장 정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와 스페인을 축으로 한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는 ‘라이즈(RISE) 1000’ 프로젝트를 통해 불량률 30% 감소와 고정비 절감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특히 올해 완공 예정인 스페인 카탈루냐주 ‘몬로이치 스마트팩토리’다. 5600억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이 공장(연산 3만t)은 현지 태양광 발전 100% 활용으로 유럽연합(EU) RE100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 현지화 규정에 대응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2분기부터 가동률 56% 회복, 4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솔루스첨단소재, AI·5G 시대 겨냥한 고부가 동박 시장 승부수

한때 ‘좀비기업’ 오명을 썼던 솔루스첨단소재가 선택한 전략은 고부가가치 제품 다변화다. 지난해 매출 5710억원, 영업손실 544억원을 기록했지만, 인공지능(AI) 가속기용 동박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다.

솔루스는 국내 최초로 엔비디아 ‘블랙웰’ AI 그래픽처리장치(GPU)용 HVLP(Hyper Very Low Profile) 동박 양산에 성공했다. 동박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1963억원을 달성했다. 룩셈부르크 CFL 공장에서는 5G·ADAS용 하이엔드 동박 시장 점유율 70%를 확보했다.

내년 초 가동 예정인 캐나다 퀘벡주 공장(연산 6만t)은 북미 전지박 시장 공략의 교두보 역할을 할 예정이다. 북미자유협정(USMCA) 무관세 혜택을 활용해 탈중국·탈단일시장 전략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고관세 정책은 K동박 업계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산 동박에는 64.9%의 누적 관세가 부과돼 사실상 미국 시장 진입이 봉쇄됐다. 반면 한국산은 25% 상호관세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얻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호재로 작용한다. 동박이 ‘구성 재료’로 분류되면서 북미 현지 생산 요건과 별도로 한국산도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이에 따라 각 사는 관세 차익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생산분 대미 수출 확대, 롯데는 스페인 공장으로 EU·미국 동시 공략, 솔루스는 캐나다 공장으로 북미 현지화를 추진 중이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가 K동박 3사의 생존을 판가름할 골든타임이고, 성공의 핵심은 관세 대응 능력,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등 3대 요소라고 강조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각 사가 추진하는 전략이 현실화되는 2025~2026년이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 전체의 판도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며 “10년 넘게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밀려 고전해 온 K동박 업계가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를 기회로 삼아 재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