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타고 또 날았다··· 2분기 영업익 9.2조원 '역대 최대'
AI 메모리 특수에 매출·수익성 동반 급증 "HBM 의존도 과다" 지적에 "하반기 HBM 더 간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특수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영업이익률이 40%를 넘어섰다.
SK하이닉스는 24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은 41.4%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은 6조9962억원(순이익률 31.5%)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해 4분기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인 매출 20조7186억원, 영업이익 9조648억원을 각각 상회하는 수준이다.
HBM3E 12단 공급 확대…전체 매출 40% 차지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HBM의 압도적 성장이 있다. 회사 측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로 AI용 메모리 수요가 지속 증가했다"며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의 본격적인 판매 확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HBM을 포함한 D램 부문이 전체 매출의 77%를 차지했으며, 특히 HBM은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낸드플래시 역시 전 응용 분야에서 출하량이 예상을 웃돌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7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7000억원 늘었다. 차입금 비율은 25%, 순차입금 비율은 6%를 기록했으며, 순차입금은 1분기 말보다 4조1000억원 감소했다.
"하반기 수요 지속…HBM 생산 2배 확대"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사들의 신제품 출시와 AI 모델 추론 기능 강화를 위한 경쟁이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를 지속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각국 정부가 독립적인 AI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소버린 AI' 투자가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회사는 HBM3E의 제품 성능과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올해 HBM 매출을 전년 대비 약 2배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도 고객 요구에 맞춰 적시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경쟁 심화 우려…"HBM 의존도 과다" 지적도
다만 HBM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리스크 요인도 부각되고 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쏠림 현상' 우려가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는 내년부터 HBM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HBM3E 가격이 올해보다 30% 하락하고, HBM 평균 가격은 약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사들의 추격도 가팔라지고 있다. 마이크론이 전 세계 HBM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HBM4부터는 생산 능력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HBM4의 경우 설계 변화와 로직 다이 도입 등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 있지만, 현재 수준의 이익률 유지를 위해 고객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풀 스택 AI 메모리 공급사로 진화"
회사는 HBM 외에도 AI 메모리 제품군 다양화에 나선다. 서버용 LPDDR 기반 모듈을 연내 공급하고, AI GPU용 GDDR7도 기존 16Gb에서 24Gb로 용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수익성 중심 운영을 지속하면서 쿼드러플레벨셀(QLC) 기반 고용량 기업용 SSD 판매 확대와 321단 낸드 기반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을 추진한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내년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HBM 등 주요 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올해 선제적 투자를 집행하겠다"며 "AI 생태계가 요구하는 최고 품질과 성능의 제품을 적시 출시해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