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막힌 시중은행, 기업대출에 '눈길'
주요 시중은행들이 ‘6·27 대출 규제’ 등으로 가계대출 길이 사실상 막히자,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대기업에 대출이 쏠려서,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출 공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하반기 기업대출 금리우대 한도를 기존 8조원에서 9조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연초 4조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 4월 8조원으로 증액한 데 이어 한도를 거듭 늘렸다.
이는 더 많은 기업이 낮은(우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총대출 규모를 늘렸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대출 수요 증가로 조기 한도 소진이 예상되거나 수익성 증대를 위해 대출영업을 강화해야 할 때 금리우대 한도를 늘린다.
하나은행은 하반기 소호와 중소기업 대출 한도를 두 배가량 상향한 20조4900억원으로 운영한다. 개인사업자 금리 지원 4조, 보증서대출밸류업 2조5000억, 유동성 신속지원 2조, 3분기 소호대출 특판 2조4900억원 등이다.
신한은행 역시 기업 금리우대 프로그램을 12조원 한도로 확대했다. 우리은행도 올해 상반기 6조6000억원이던 기업 금리우대 한도를 3분기에만 4조6000억원 규모로 설정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달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전담할 소호(SOHO)사업부를 신설했다. 정진완 은행장은 지난 10일 “대기업·중소기업, 제조업·서비스업, 내수기업·수출기업 등이 상생하는 ‘포욕적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최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렸다. 하반기에는 개인사업자 대상 ‘비대면 담보대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제는 최근 은행 기업대출에 대기업 쏠림현상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165조5357억원으로, 올해 초와 비교해 5조9147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공공기관) 대출잔액 증가액 8조7728억원 가운데 약 67.4%가 대기업에 공급됐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663조8597억원으로, 올해 1조6307억원 늘어났다. 대출잔액은 중소기업이 약 4배 많고, 대출 증가액은 4배 적은 셈이다. 또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작년 말 323조1096억원에서 321조4112억원으로 줄었다.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최근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중소기업 평균 0.55%, 대기업 0.11%로 정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88%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