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성공에 들썩이는 K조선··· HD현대·삼성重 ‘M&A 카드’ 만지작

M&A 2년 만에 매출 140%, 시총 362% 폭증 15년 인수 여정 끝에 거둔 한화그룹의 ‘잭팟’ HD현대·삼성중공업도 ‘차별화 M&A 전략’ 가속

2025-07-22     신종모
한화그룹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국내 대기업 인수합병(M&A) 성공 사례 중 압도적 1위로 입증되면서 조선업계가 들썩이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한화그룹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국내 대기업 인수합병(M&A) 성공 사례 중 압도적 1위로 입증되면서 조선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인수 2년 만에 매출 140.2% 증가, 시가총액 362% 급등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기록한 한화오션의 성공 신화는 업계 전체에 M&A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덩치 불리기가 아닌 조선·방산·친환경 에너지의 시너지를 창출한 전략적 통합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주도한 15년 여정의 결실은 M&A가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핵심 전략임을 입증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조선업 재건 의지는 한국 조선업체들에 새로운 M&A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 해군의 향후 30년간 연간 42조원 규모 군함 발주와 20조원 규모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개방은 한국 기업들의 현지 투자 필요성을 급증시키고 있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미 필리조선소 1억달러(1384억원) 인수, 호주 오스탈 지분 19.9% 확보, 싱가포르 다이나맥 95% 인수(8207억원) 등을 통해 글로벌 M&A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으로 중국의 세계 조선업 점유율이 72%에서 52%로 급락한 것은 한국 기업들에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오는 2027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온실가스 감축 규제는 5000t 이상 선박에 톤당 최대 38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해 노후선 교체 수요를 급증시킬 전망이다. 이는 친환경 기술 확보를 위한 M&A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올해 조선업 M&A는 기술력 확보, 글로벌 시장 진출, 친환경 전환이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닌 전략적 기술 통합이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방산, 조선, 에너지 사업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면서 업계 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조선업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에너지 안보까지 고려한 해양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의 M&A 성공 사례에 고무된 경쟁사들도 각자의 전략으로 M&A에 나서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HD현대 ‘협력형 확장’ vs 삼성중공업 ‘기술력 집중’

한화오션의 M&A 성공 사례에 고무된 경쟁사들도 각자의 전략으로 M&A에 나서고 있다. HD현대그룹은 현금성 자산 8조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M&A를 검토 중이며, 삼성중공업도 최근 호실적을 바탕으로 M&A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견 조선업체들도 케이조선 매각 추진 등을 통해 M&A 시장 본격 개막을 알리고 있다.

HD현대그룹과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시장 확장에 서로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며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HD현대는 리스크를 최소화한 ‘협력 기반’ 네트워크 확장에, 삼성중공업은 기술력을 앞세운 수주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HD현대그룹은 미국 해군 MRO 시장 진출에서 기존 조선소 인수 대신 ‘협력 기반 도크 임대’ 방식을 채택했다. 조선소 직접 인수에 따른 재무적·인력적 리스크를 줄이면서 현지 서비스 도크를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HD현대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며 동남아 생산기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조선소는 미 해군 함정 수리기지로도 활용할 계획으로, 북미·동남아·남미를 아우르는 글로벌 해상 생산망 구축이 목표다.

회사는 과거 1000억원에 매각했던 현대힘스가 최근 7000억원대로 재평가된 경험을 교훈 삼아 대형 인수보다는 실질적 수주와 생산능력 보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금성 자산 8조원을 바탕으로 한 ‘선택형 M&A’ 기조도 강화 중이다.

특히 울산 조선소 내에 미 MRO 사업용 도크를 별도 배정하고, 연간 2조원대 수주 및 이지스함 건조 등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98억달러 수주 목표로 ‘기술력’ 승부

삼성중공업은 올해 조선·해양 부문 연간 수주 목표를 98억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부유식 LNG생산설비(FLNG), 친환경 선박 수주 확대가 핵심 전략이다.

삼성중공업은 연간 15~20척 규모의 LNG선 수주를 목표로 카타르·캐나다 프로젝트의 후속 계약을 추진 중이다. 자동화·AI 등 신기술 적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해외 진출 면에서는 베트남 페트로베트남과의 합작투자 협의를 진행하며 동남아 시장 직접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HD현대의 '협력형' 전략과는 대조적으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정면 승부를 택한 셈이다.

조선업계는 현재 글로벌 해운업 호황에 따른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올해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급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이 각각 안정성과 성장성에 방점을 둔 서로 다른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며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지속되는 가운데 어떤 전략이 더 효과적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