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무죄 확정으로 한경협, "재계 구심점 복귀"
최태원·정의선·구광모 회장 회장단 합류 임박 류진 회장 “4대 그룹 회장단 합류를 적극 추진하겠다”
7년간의 침묵을 깨고 한국 재계 ‘빅4’가 움직인다. 대법원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무죄 확정 판결로 마지막 사법 리스크마저 사라지자, 이 회장을 필두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단 합류를 위한 막후 협의에 본격 돌입했다.
21일 경제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로 그동안 위축됐던 재계의 목소리가 본격 복원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 하반기 중 4대 그룹 총수들의 회장단 합류가 성사되면 반도체 K칩스법, 탄소국경세 대응, 인공지능(AI) 규제 완화 등 핵심 현안에서 정부와 직접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이 열린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류진 한경협 회장은 취임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복귀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이 회장의 무죄 확정으로 대내외 신뢰도가 급상승하면서 재계 구심점 역할 재개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다.
류 회장은 지난 18일 제주 하계포럼에서 “내년(2026년) 2월 정기총회 때 4대 그룹 회장단의 합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실제로 4대 그룹은 이미 회원사 재가입을 마쳤으나, 회장단 복귀는 총회 일정에 맞춰 서서히 추진 중이다.
다보스포럼 ‘코리아 세션’ 부활··· “민간 경제외교 컨소시엄 구축”
4대 그룹 총수들이 회장단에 합류하면 내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부터 ‘코리아 세션’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경협이 지난 2017년 이후 중단됐던 다보스포럼 한국관 운영을 내년부터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며 “4대 그룹이 회장이 동시 참석해 ‘K반도체’, ‘K배터리’, ‘K모빌리티’ 등의 브랜드를 집중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APEC CEO 서밋, G20 B20(기업인 서밋) 등 주요 국제포럼에서도 개별 기업 단위가 아닌 ‘한경협 대표단’ 형태로 참가해 집단 발언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정부의 경제외교 정책에도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쿠팡·카카오 영입으로 ‘디지털-탄소중립’ 융합 생태계 조성
한경협은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네이버, 쿠팡, 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까지 아우르는 ‘종합 경제단체’로 확대 개편한다. 이를 통해 ‘K디지털 뉴딜’과 ‘2050 탄소중립’ 정책을 연계한 대규모 산학연관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 AI 반도체 +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연계 ‘K-AI 글로벌 허브’ 조성,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결합 ‘친환경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 SK텔레콤 5G망 + 카카오 디지털플랫폼 융합 ‘스마트시티 시범사업’ 등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한경협은 이번 프로젝트에 연간 5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국내외 스타트업 1000개사와 협업해 1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설정했다.
“올해 재건과 혁신의 중추 조직··· 성과지표 정기 공개”
한경협은 올해 ‘재건과 혁신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구체적 성과지표를 설정했다. 정책 제언서 분기별 발간, CSR 투자액 연 3조원 달성, 신규 투자 유치 10조원, 일자리 창출 15만개 등이 핵심 목표다.
또한 매월 ‘한경협 이슈리포트’를 발간해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재계 입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기별 '성과평가 보고서'를 통해 목표 달성도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류 회장은 “이 회장의 복귀와 4대 그룹 총수진의 합류로 한국 재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며 “정부와의 상생 협력, 국민과의 소통 강화,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통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한경협의 이번 재도약이 성공할 경우 한국 경제가 투자·혁신·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