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실패와 같다"…롯데 사장단에 혁신 주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진들에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실패와 같다"며 본업 내 혁신을 강력히 주문했다.

신 회장은 16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2025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경영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리스크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이 사상 처음으로 1박2일 일정으로 개최한 이번 VCM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장남 신유열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올해 상반기 그룹 실적을 냉정하게 평가한 후 "기업 경영에 있어서 치명적인 잘못은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문제를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EO는 5년, 10년 뒤의 경영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현재와 3년 뒤에 해야 할 일을 계획해야 한다며 모든 최고경영자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PEST(정치적·경제적·사회적·기술적) 관점에서 외부 환경을 분석하는 경영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인재와 기술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며, 변화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움직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 회장은 하반기 경영방침으로 브랜드 가치 제고, 사업군별 전략 추진 가속화, 생산성 향상을 제시했다.

브랜드는 사업 경쟁력의 근간이자 오랜 기간 축적해온 중요한 가치라며 브랜드 강화를 강조했다. 사업군별로는 화학군에 신속한 사업 체질개선을, 식품군에는 핵심 제품의 브랜드 강화를, 유통군에는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을 각각 주문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직무 전문성 강화와 성과중심의 인사체계 정착을 강조했다. 또한 도전적인 조직문화를 장려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본업 안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해 달라며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촉구한 신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위해 모두 저와 함께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롯데는 장기 경기 침체와 중국 사업 확장의 여파로 일부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업구조 개편과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회의가 시종일관 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도 그룹의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의에서 사장들은 사업부별로 관련 산업의 변화 방향과 영향을 공유하고 기존 성공방식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을 바꾸는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각 사업군 총괄대표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고,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지속 성장 방안을, 롯데벤처스는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혁신전략을 각각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