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맏형’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조원 유증에도 글로벌 입지 ‘흔들’
호주·영국·미국 등 연속 수주 탈락··· 사업 경쟁력 ‘빨간불’ 조직 내 반목·지식재산권 분쟁 심화, 통합 전략 발목 부채비율 100%대, 조직·지재권 갈등에 신뢰 추락 3조원 유상증자로도 못 막은 해외 참패·내부 분열·재무 악화
3조원 가까운 대규모 유상증자를 마무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시장의 연이은 사업 실패와 내부 갈등으로 ‘K방산 대표주자’의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위험 수준의 부채비율은 해소되지 않은 채, 미국 등 핵심 방산 시장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뼈아픈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
3조원 투입해도 부채비율 100%대··· “재무 건전성 적신호”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 상황은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 수준이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100대%로 적정선(200%)을 넘지 않았으나, 지난 2023년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 4230억원을 기록하며 단기 지급능력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부채 급증의 배경에는 2022년부터 추진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이 있다. 한화디펜스, 한화방산, 한화오션 등 주요 계열사 인수 과정에서 부채가 크게 늘어났지만 시너지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 편입 이후 조선·해양 사업부문이 추가되면서 부채 규모가 더욱 확대됐다.
한화그룹은 지분율(33.95%)에 따라 9803억원을 투입하며 재무 지원에 나섰으나 수익 전환 시차형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방산 업계 특성상 수출 선수금 구조로 인해 실질적인 수익 전환 시점이 2~5년 후로 예측되고 있어 현금 회수 지연 리스크가 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일시적 자금 확보는 했지만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 없이는 재무 건전성 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외 수주 연쇄 실패··· 글로벌 진출 전략 전면 재검토 필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해외 사업 실패는 단순한 수주 탈락을 넘어 근본적인 경쟁력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오시코시 디펜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미 OMFV 사업에서의 중도 탈락이다. 5개 경쟁 후보 중 하나로 선정돼 수주전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3단계에서 최종 탈락하며 대규모 시장 진출 기회를 놓쳤다.
호주 신형 호위함 수주전에서도 한화오션의 기술력 부족과 재무 열위가 패인으로 지적되며 고배를 마셨다. 이는 2024년 한화오션을 연결회사로 편입한 직후 발생한 일로, 성급한 사업 확장의 부작용으로 해석된다. 영국 MFP(Mobile Fires Platform) 사업에서도 한화의 핵심 강점인 K9A2 자주포 기반 전략으로 도전했으나 독일과 미국 경쟁사에 밀려 실패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LIG넥스원이 주도한 3조7134억원 규모의 이라크 천궁-II 수출 계약 과정에서 벌어진 내부 갈등이다. 한화 측이 가격과 납기 사전 합의 없이 강행했다고 반발하면서 방위사업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납품 일정과 단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해외 수주 실패는 한화의 글로벌 사업 관리 능력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적 어려움 넘어 조직 내부 갈등·기술 분쟁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위기는 재무적 어려움을 넘어 조직 내부와 기술 확보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입사원에게 외주사 관리 업무를 맡긴다는 소문이 돌면서 경력직 사원들과 기존 사업부 간 반발이 일고 있으며, 지상무기·항공·우주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와 인사상 차별 대우가 조직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
계열사 간 주도권 다툼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방산 핵심 계열사와의 무인정찰 사업 주도권 다툼은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통합적 전략 수립과 효율적 자원 배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술·지식재산권 분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출신 핵심 연구진 11명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하드디스크 반출 의혹이 제기되며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다. 차세대 발사체 관련 지식재산권 공동소유 범위를 놓고 항우연과의 갈등도 장기화되고 있어 정부 조정위원회 심사 대상이 됐다.
방위사업청과 금융당국이 자금 사용처 투명성과 주주 보호를 위해 유상증자 집중심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반영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원 유상증자는 단기적 재무구조 개선에는 기여했지만 조직 갈등, 기술 분쟁 등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진정한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방산·우주 시장에서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부채비율 감소, 조직 문화 개선, 윤리적 기술 확보 등 다각도의 리스크 관리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