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LG디스플레이의 ‘계륵’ 신세, 이대로 괜찮나
24조 부채에 투자 딜레마까지··· 과감한 결단 없인 미래도 없다
LG디스플레이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때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호령했던 LG디스플레이가 이제는 버리기도 아깝고 키우기도 부담스러운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코로나 특수 시절 쌓아올린 액정표시장치(LCD) 시설만 남겨둔 채, 막대한 부채 부담과 투자 딜레마, 수익성 악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표를 펼쳐보면 절망적이다. 지난 2022년 2조850억원, 2023년 2조5101억원, 2024년 5605억원. 매년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하면서도 여전히 ‘턴어라운드’를 외치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1조2600억원 규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기술 투자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특히 작년 말 기준 부채총액이 24조8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유동부채가 15조8000억원으로 1년 새 14.2%나 늘어났고, 유동비율은 63.8%에 불과해 단기 상환 여력이 크게 악화됐다. 고금리 시대에 금융부채 이자만 연간 1조 원 가까이 지출하고 있으니, 연구개발(R&D) 예산보다 금융비용이 더 많은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광저우 LCD 공장은 감가상각이 거의 완료돼 수익성이 개선된 '핵심' 자산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공급망 다각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출구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 3월 해당 공장을 중국 TCL CSOT에 약 2조2000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OLED 중심 사업 재편을 위한 결정적인 조치였다. 업황 부진과 국내외 고객사의 문의가 증가했던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인 경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매각이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차세대 기술 투자에서도 발목이 잡혔다.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는 여전히 미확정 상태인데, 경쟁사들은 2026년까지 수조 원을 쏟아부으며 대형 라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장기간 적자에 시달린 LG디스플레이는 설비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 확대 기회마저 놓칠 위기에 처했다.
애플 의존도 심화도 우려스럽다.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애플 물량 확보에 목매고 있지만, 수율 안정화는 요원하다.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수익 불확실의 악순환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분기 흑자 전환이 희망의 신호처럼 보였지만, 2분기에는 다시 700억 원대 영업손실 전망이 나올 정도로 수익 구조는 여전히 불안하다. OLED 비중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TV·IT 수요 부진과 달러 약세, 관세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당장의 현금 확보를 위해 광저우 공장 매각 또는 그룹 차원의 지원이라는 양자택일 앞에 놓여 있다. 하지만 매각은 어렵고, 그룹 지원은 외부 시선상 부담이다. 지속되는 적자와 부채 압박 속에 '언제 쓸지도 모르는 투자 카드'를 쥔 채 계륵 신세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온 LG디스플레이의 이런 상황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술 혁신과 투자 여력을 동시에 확보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LG디스플레이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계륵을 언제까지 품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