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발주 쇼크' 속, K조선 '高부가'로 나홀로 선전

발주량 43%↓ ··· 한국 , 192조 수주 잔고, 3~4년치 일감 확보 중국 67% 점유율 돌파했지만, 한국, LNG·친환경 선박으로 '대박 행진'

2025-07-10     신종모
글로벌 조선업계가 발주량 42.7% 급감이라는 사상 초유의 ‘쇼크’에 휘청이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는 192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수주잔고를 기록하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글로벌 조선업계가 발주량 42.7% 급감이라는 사상 초유의 ‘쇼크’에 휘청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조선업계는 192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중국이 저가 공세로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 사이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해양플랜트·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 집중하며 ‘질적 우위’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10일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592만 표준선 환산톤수(CGT)로 전년 동기 대비 42.7% 급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분쟁 촉발과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선주사들의 신규 발주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조선업계는 막대한 수주 잔고에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2025년 1분기 말 기준 수주 잔고는 1372억5800만달러(약 192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호황기였던 2008년(1436억달러)과 2014년(1449억달러) 수준에 근접한 규모다. 

구체적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742억2800만달러(약 101조원), 삼성중공업은 316억달러, 한화오션은 314억3000만달러를 각각 확보했다. 이는 향후 3~4년치 일감을 의미하며, 단기적 발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보장하는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역사상 최고 수준의 ‘버퍼’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선택과 집중

한국 조선업계의 또 다른 강점은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적 수주 전략이다. 중국이 대량생산을 통한 물량 공세로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한국은 LNG 운반선, 해양플랜트,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해 왔다.

2024년 9월 누적 기준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67%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20%에 그쳤다. 특히 벌크선(80%), 컨테이너선(88%), 유조선(74%) 등에서 중국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LNG 운반선에서 여전히 55%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LNG 추진선에서는 70%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했다.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도 한국의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7척 중 5척을 수주하며 8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 마리타임 어소시에이츠(EMA)는 2024~2028년 글로벌 해양플랜트 발주 규모가 최대 17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은 연간 7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 해군 MRO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2028년 이후 수주 절벽·인력난 등 심화 

한국 조선업계가 현재의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의 대중 제재 완화와 주요 국가들의 관세 협상 진전으로 발주 회복이 기대되지만, 2028년 이후에는 우려 요인이 부상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중국 모두 2028년 일감을 모두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선박 발주는 계속 급감하고 있다. 2028년 중국 조선업계의 인도 예정량은 1703만CGT로 직전 연도의 63%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며, 한국도 542만CGT로 직전 연도의 47%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력난이다. 2014년 약 20만명에 달했던 조선소 인력이 2022년 말 기준 9만 5,000여명으로 급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의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성, 인건비 부담 등이 조선업계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계가 현재의 견고함을 유지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차별화, 인력 확보 방안 마련,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등에 지속해서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