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톺아보기] 농어촌공사, 기후위기 대응 '농촌 플랫폼' 역할 확대
디지털 재해 관리부터 청년 창업 지원까지… 인프라 관리 넘어 농촌 미래 설계
공기업은 민간기업이 맡기 어려운 공익 목적의 사업을 전담하는 핵심 기관이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국민적 이해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다수의 공기업들이 사회 인프라 운영과 공공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 생활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와 기여도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작은 불편이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배경에서 그린포스트코리아는 '공기업 톺아보기' 시리즈를 통해 국민 생활과 직결된 공공기관들의 핵심 기능과 미래 비전을 심층 분석, 연재한다.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 공기업들의 서비스 품질 향상을 견인하는 것이 이번 기획의 취지다. 공기업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편집자 주】
고령화와 청년 유출, 기후위기 등 '트리플 쇼크'에 직면한 우리 농촌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KRC)가 단순한 기반시설 관리기관을 넘어 농촌 회복과 미래 설계의 공공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1908년 수리조합에서 출발해 2000년 통합 공사로 출범한 농어촌공사는 전국 94개 지사를 통해 농업용 저수지, 방조제, 수로 등 농업 인프라를 관리하는 한편, 농지은행 운영, 귀농귀촌 유도, 농촌관광 개발 등 다층적인 농촌사업을 집행하는 준정부기관이다.
확장되고 있는 KRC의 역할
최근 가장 두드러진 행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농업 SOC(사회간접자본) 정비사업 확대다. 지난 4일,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1438억 원 규모 예산은 수리시설 보수·보강, 배수개선, 방조제 정비, 농촌용수 개발 등에 투입된다. 노후 기반시설의 구조적 개보수는 물론, 집중호우와 가뭄에 대비한 탄력적 농업용수 공급 체계 구축이 목적이다. 공사는 이를 통해 지역의 재해 피해 저감과 동시에 지역 건설 경기 활성화라는 이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농업 SOC(사회간접자본) 정비사업 확대다. 지난 4일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1438억원 규모 예산은 수리시설 보수·보강, 배수개선, 방조제 정비, 농촌용수 개발 등에 투입된다. 노후 기반시설의 구조적 개보수는 물론, 집중호우와 가뭄에 대비한 탄력적 농업용수 공급 체계 구축이 목적이다.
공사는 이를 통해 지역의 재해 피해 저감과 동시에 지역 건설 경기 활성화라는 이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재난관리 체계도 고도화되고 있다. 공사는 2025년 행정안전부 재난관리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IoT 센서를 활용한 저수지 수위 예측,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드론 기반 농지 조사 등 기술 기반의 위기 대응 능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는 사전 예측과 자동 알림 기능을 결합한 예방형 재난행정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공사는 민간 투자와 연계한 농촌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 운영 중인 ‘농촌스케일업 지원사업’은 민간 투자를 유치한 농촌융복합 인증사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5억 원까지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팜, 농산물 가공, 체험형 관광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창업 기업의 성장을 돕는 것이 핵심 목표다.
현장 수용성이 만든 정책의 속도 차이는 숙제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시도들이 모두 현장과 완전히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농촌융복합 사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인증 경영체 수는 1600곳을 넘어서며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전북, 전남, 경북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인증사업자 간 민간 투자 유치 규모와 연매출 성과는 지역별·업체별 편차가 크고, 수도권이나 내륙지역의 일부는 여전히 참여 기반이 취약한 실정이다.
또한 지역 주민의 수용성 확보에도 시간과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농촌 체험, 가공형 창업 등은 지역 고유의 환경, 문화, 공동체 역학에 따라 수요 반응 속도나 협력 정도에서 예기치 못한 차이가 발생하고, 이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맞춤형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만든다.
디지털 기반 조사·재해 대응 체계 역시 도입은 활발하지만, 농촌 고령층을 중심으로 정보 이해도나 기술 활용 역량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한다. 드론 농지 조사, 모바일 앱을 통한 면적 확인, 수위 예측 시스템 등이 운영 중이지만,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에서는 '기기 사용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거나 '정확한 활용법을 설명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과반에 달한 바 있다. 기술 보급 속도와 실제 현장 수용성 간 격차는 향후 사업 확대의 핵심 변수로 남는다.
농어촌공사는 물과 땅을 중심으로 농촌 기반을 관리해왔다. 재난 대응, 디지털 농지 조사, 청년 농업인 지원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다만 사업 구조가 복잡하고, 지역별 여건이나 고령 농민의 수용력 등은 여전히 제약 요인이다. 이에 따라 공사는 맞춤형 설계 강화와 민간 협력 확대를 통해 대응 폭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