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 버틴다”··· 철강업계, 가격·구조조정·신기술로 반전 노린다

철강업계 '마지노선' 70만원 선언··· 4년만 최저가 탈출 시동 최저가 방어·구조조정·친환경 전환 3중 전략 본격화 중국 감산·반덤핑 조치 맞물려 회복 신호··· 구조조정 완성이 관건 중국발 저가 공세 한계 봉착··· 수소환원제철 등 新성장동력 모색

2025-07-09     신종모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발 저가 공세와 내수 부진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사진=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발 저가 공세와 내수 부진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동국제강을 필두로 한 업계는 철근 t당 70만원의 ‘최저마감가격’ 선언을 통해 4년간 지속된 출혈 경쟁에 제동을 걸고 있다. 동시에 포스코의 2조1000억원 규모 구조조정, 현대제철의 포항 2공장 무기한 휴업 등 대규모 체질 개선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가 8146억원을 투입하는 수소환원제철 실증설비 개발 프로젝트와 함께 포스코홀딩스의 2조원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중국의 연간 5000만t 감산 정책과 반덤핑 조치 강화 등 외부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철강업계 회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혈 경쟁 중단 선언··· 최저가격선 사수 나서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발 저가 공세와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철강업계는 ‘‘최저마감가격’ 선언을 통해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동국제강이 선두에 서서 철근 t당 70만원의 최저가격선을 설정하고 “후정산, 인센티브, 할인 등 어떠한 예외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한계원가 이하의 비정상적 가격 경쟁을 중단하겠다는 업계 차원의 결단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초 t당 67만원까지 하락했던 철근 가격이 73만원으로 반등하며 4년 만의 최저치에서 벗어나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철강사들이 톤당 75만원선을 판매 최저가격으로 정하고 이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는 결정도 가격 정상화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올해 국내 철강 수요가 4610만t으로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인 가운데 중국산 수입이 전체 수입의 60%를 차지하며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격 방어선 구축은 업계 생존의 핵심 전략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체질 개선 가속화

철강업계는 최저가격 정책과 함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120개 구조개편 계획을 통해 저수익 사업 55개, 비핵심자산 70개를 정리하며 올해까지 2조1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전체 구조조정 과제의 75%에 해당하는 80여 건을 지난해 중 완료했다.

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 무기한 휴업과 중기사업부 매각을 단행하는 한편, 미국 내 전기로 일관제철소에 58억달러(약 7조9700억원)를 투자해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인천공장 철근라인 셧다운과 함께 올해 1월 50% 파격적 비가동을 확정하며 공급 조절에 나섰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효과는 외부 환경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연간 5천만 톤 감산 정책으로 2025년 1~5월 중국산 철강 수입량이 34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만t 감소했다. 또한 정부가 중국산 열간압연 후판에 최대 38.02%의 잠정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며 무역구제 조치도 강화되고 있다.

철강업계가 고부가가치 친환경 제품 개발과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미래 성장동력 확보로 업계 판도 재편 모색

철강업계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가 8146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2030년까지 100만t급 수소환원제철 실증설비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탄소 95% 감축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철강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고망간강 시장을 액화천연가스(LNG)탱크용에서 해양 방산 분야로 확대하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탄소저감 강판 개발과 해상풍력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디메가빔, 그린바 등 브랜드화된 고부가 제품을 출시하며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도 중요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26년까지 2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최소 현금배당 2조3000억원 지급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으며, KG스틸도 자기자본수익률(ROE) 13% 이상, 주주환원율 30% 달성을 목표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과 연계하여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줄라이 패키지’로 불리는 한미 통상협상의 결과가 이달 말 나올 예정인 가운데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 압박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며 “영국이 첫 관세 예외를 받아낸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 철강업계도 경쟁국 대비 우호적인 관세율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