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냉난방공조 엔비디아 공급 임박··· "2배속 압축 성장" 시동

LG전자 ES사업본부, HVAC 기술 및 사업 전략 공개 냉난방공조 사업 분리 독립…2030년 매출 20조 목표 "엔비디아와 공급 협의 중…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공급 확대 목표"

2025-07-09     임호동 기자
LG전자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픽사베이,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LG전자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엔비디아와 액체 냉각 솔루션 공급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LG전자와 협의한다는 것 자체가, LG전자의 기술력이 글로벌 첨단산업에 통하는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지난 3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당시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공급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LG전자는 지난 8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서울 강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ES(Eco Solution) 사업본부의 전략 방향과 데이터센터 전용 HVAC 기술을 최초로 공개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HVAC 기술을 무기로, 폭발적으로 커나가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두 배 빠른 압축 성장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직 개편으로 B2B 전문성 강화

LG전자는 지난해 11월 기존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본부에서 HVAC 사업을 분리해 ES사업본부로 독립시켰다. 수주 중심의 B2B 사업에 특화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친환경 HVAC 기술로 시장 선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칠러, 냉각수 분배 장치(CDU) 등 HVAC사업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겨냥한 액체냉각 솔루션 확대 ▲현지 맞춤형 완결형 밸류체인 구축 ▲Non-HW(비하드웨어) 부문 매출 비중 20% 확대 ▲전략적 인수를 통한 사업 시너지 극대화 등 4대 전략을 추진한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은 "HVAC은 질적 성장을 위한 B2B 영역의 핵심 동력"이라며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코어테크 기술과 위닝 R&D 전략으로 액체냉각 솔루션을 연내 상용화하고, 내년부터 본격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부사장(좌)이 8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솔루션인 '냉각수 분배 장치'(CDU)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LG전자 제공

차세대 액체냉각 솔루션 최초 공개

LG전자는 이날 마곡 LG사이언스파크의 냉난방을 담당하는 HVAC 솔루션 현장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이곳은 LG전자 HVAC 솔루션이 집약된 곳으로 주요 B2B 거래선의 필수 견학 코스다.

데이터센터에 널리 사용되는 터보 칠러, 지역난방의 폐열을 활용하는 흡수식 칠러, 심야전력을 이용해 물을 얼리는 스크류 칠러가 한 기계실에 설치돼 물을 차갑게 만든다. 차가워진 물은 배관을 통해 공기조화기(Air Handling Unit, AHU)로 전달되며, 여기서 공기를 차갑게 만들어 각 층으로 공급해 LG사이언스파크 전체를 냉난방한다.

또한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인 CDU도 최초로 소개했다. 액체냉각 솔루션은 칩을 직접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회사는 올해 초 평택 칠러 공장에 실제 데이터센터 서버 환경과 유사한 AI 데이터센터 전용 테스트베드(LG AI Data Center HVAC Solution Lab)를 구축해 냉각 솔루션의 성능 향상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AI 데이터센터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액체냉각 기술 검증도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VAC 전략방향과 AI 데이터센터향 솔루션 등을 소개하고 있는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부사장. /LG전자 제공

글로벌 밸류체인 완결성 강화

LG전자는 연구개발(R&D)부터 생산, 판매,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을 공고히 해 글로벌 탑티어 공조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ES사업본부는 한국, 중국 등 12개 글로벌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총 70곳의 HVAC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LG전자는 북미, 유럽에서 현지 기후·주거 환경을 고려한 고효율 HVAC 솔루션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덕트형 공조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북미에서는 주택 구조에 적합한 유니터리 제품군을, 유럽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부합한 공기열원 히트펌프를 주력으로 공급한다. 히트펌프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대표적인 전기화 솔루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도 현지 맞춤형 전략과 밸류체인을 강화할 방침이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사우디에 축구장 130개 크기의 복합시설을 한 번에 냉방할 수 있는 고효율 칠러를, 올해 4월에는 타 글로벌 기업들이 충족시키지 못한 '초고효율' 조건을 유일하게 만족시키며 싱가포르의 초대형 물류센터에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Multi V i)'를 대거 공급했다. 최근에는 인도 스리시티에 제3 현지공장 착공에도 돌입했다.

빅테크 협력 확대로 성장 가속

이 본부장은 "현재 엔비디아의 서버 공급망 생태계에 들어가기 위한 인증 절차 등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빅테크들의 AI 기술 혁명에 발맞춰 지난해와 비교할 때 3배 이상 HVAC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현재 ES사업본부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Non-HW 분야의 매출 비중도 제품과 솔루션의 패키지화로 20%까지 확대하는 한편, HVAC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접 분야에서 '3B(Build∙Borrow∙Buy) 전략'에 기반한 순차적 인수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 본부장은 "올해 데이터센터향 냉각 솔루션 수주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이를 발판으로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성장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