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못 했다”··· 삼성重, 3.6조원 모잠비크 FLNG 수주 ‘눈앞’
지난 7일 8700억원 해양생산설비 예비작업 계약 체결 삼성중공업, FLNG 시장 71% 장악··· 에너지 ‘안보’·‘탈탄소화’ 주도 ENI·델핀 등과 8조원 규모 FLNG 협상 진행 중 “아프리카 대형 가스전 진출··· 한국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
삼성중공업이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전 세계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시장의 71%를 장악한 삼성중공업이 지난 7일 아프리카 지역 선주와 ‘해양생산설비 본 계약 체결 전 예비 작업’ 관련 협약(8694억원)을 체결하며 기술 패권을 한층 더 공고히 했다.
이번 계약은 FLNG로 모잠비크 코랄 북부 가스전 사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계약 체결 시 총 수주 규모 25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이번 계약은 경쟁사들이 범접할 수 없는 삼성중공업의 독점적 지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중국 조선소가 미국 제재로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삼성중공업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FLNG 분야 지배력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FLNG 9기 중 5기를 수주해 71.4%의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세계 최초 FLNG ‘셸 프렐루드’를 시작으로 2020년 페트로나스 두아, 2021년 아프리카 최초 심해용 FLNG ‘코랄 술’까지 모두 삼성중공업이 건조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 조선 빅3 중 처음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해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의 결과다. FLNG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프로젝트마다 요구되는 설비 사양이 천차만별이며 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엔지니어링 역량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중국 위슨 조선소가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삼성중공업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미국과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기업들이 중국 조선소와의 거래를 기피하게 되면서 삼성중공업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모잠비크 가스전, 세계 7년치 LNG 소비량 규모
이번 수주 대상인 모잠비크 로부마 분지는 85TCF(조 입방피트) 이상의 대규모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LNG 환산 시 약 18억t 규모로 약 7년치 세계 LNG 소비량에 해당한다. 딜로이트는 모잠비크의 천연가스 매장량이 최대 1000억달러(약 138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랄 북부 가스전은 총 사업비 73억달러 규모로 2028년 2분기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연간 350만t의 LNG와 150만배럴의 초경질유를 생산할 계획이며, 25년간 약 230억달러의 세수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러-우 전쟁 이후 글로벌 에너지 안보 관심 급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2022년 말까지 3분의 2 수준으로 감축하고, 2030년까지 ‘0’ 수준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LNG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산 LNG의 전략적 가치가 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LNG 공급사인 셸은 2040년까지 글로벌 LNG 수요가 약 60% 증가해 6억2500만~6억85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 중공업 및 운송 부문 탈탄소화, 인공지능(AI)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FLNG 시장 역시 2024년 167억달러에서 2033년 1085억달러로 연평균 24.9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 육상 LNG 플랜트 대비 환경 영향이 적고, 원거리 가스전 개발이 가능하며 이동성이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이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8조원 수주 협상 진행
삼성중공업은 경쟁사인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등이 방산 분야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해양플랜트 사업에 특화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FLNG, 셔틀탱커,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간 1~2기의 FLNG 수주를 통해 2기 동시 생산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탈리아 ENI, 미국 델핀, 캐나다 웨스턴LNG, 노르웨이 골라LNG 등과 약 8조원 규모의 FLNG 4기 수주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전망이다.
아울러 한국가스공사는 모잠비크 4광구에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중공업의 FLNG 수주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잠비크 4광구 매장량은 약 1억3000t으로 국내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 기준 약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FLNG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브릿지 에너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유럽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오는 2030년대까지 LNG를 지속적으로 필요로 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모잠비크 FLNG 수주는 단순한 계약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전략적 성과”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화하는 에너지 지형에서 삼성중공업의 FLNG 기술력은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