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야 물렀거라”··· 조선·철강·방산, AI·로봇 앞세워 폭염 이긴다
휴식시간 연장·냉방시설 확충 등 기존 대책 한계 디지털 혁신 통한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 추진
국내 주요 제조업계가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기술 투자에 나섰다. 조선·철강·방산업계는 올여름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위험 예측 시스템, 협동로봇 도입, 웨어러블 센서 활용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동원한 '스마트 폭염 대응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특히 사후 대응 중심의 기존 안전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고 차단하는 '예방형 안전관리'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업계는 이번 혁신이 근로자 안전 확보는 물론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계, 디지털트윈 기반 '예측형 안전관리' 선도
7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대형 선박 건조 특성상 밀폐된 고온 작업환경이 많아 가장 적극적인 기술 도입을 보이고 있다.
HD현대는 올해부터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하이캠스(HiCams)' 시스템을 전격 도입해 작업자의 생체신호, 현장 온습도, 기상예보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온열질환 위험도를 사전 예측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사후 대응과 달리 위험 상황 발생 30분 전 경고 알림을 발송하는 선제적 대응이 특징이다.
한화오션은 고온 작업 구간에 협동로봇을 대거 투입해 용접 작업 시 근로자가 30㎏ 이상 장비를 직접 운반하던 방식을 로봇 팔 활용 자동화로 전환, 작업 준비시간을 60% 단축시켰다. 폭염 시 근로자의 고온 노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HD한국조선해양의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조선소 전체를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해 작업 구역별 실시간 온도 분포를 모니터링하고,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작업 스케줄과 동선을 제시하는 시스템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철강업계, 웨어러블 기술·개인 맞춤형 안전관리 특화
철강업계는 용광로 등 초고온 작업환경의 특성을 반영한 웨어러블 기술과 개인 맞춤형 안전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부산대 기계공학부가 개발한 마찰전기 나노발전기 기반 웨어러블 센서가 철강업계에 본격 도입되고 있다. 이 센서는 헬멧, 장갑, 신발 등에 부착 배터리 없이도 작업자의 충돌, 온도 변화, 심박수 등을 실시간 감지하며, 전단농화유체 적용으로 충격 흡수 능력까지 확보했다.
한국철강협회가 주도하는 'Steel-AI 안전환경협의체'를 통해 업계 표준화된 스마트 안전기술이 확산되고 있으며, 현대제철의 스마트 웨어러블, 동국제강의 스마트 보호구 등이 통합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공유하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다만 포스코는 웨어러블 기술이나 AI 적용 대신, 별도로 체감온도 기준에 따라 휴게시간을 조정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며 밀착 관리하고 있다.
방산업계, 군사기술 민간 응용한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방산업계는 보안이 중요한 특성을 반영해 군사기술을 민간 안전관리에 응용한 독특한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고해상도 카메라와 열화상 센서를 탑재한 드론이 작업 현장을 실시간 순찰하며, 작업자의 안전보호구 착용 상태, 체온 변화, 위험 구역 접근 등을 자동 감지하는 드론 기반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이 핵심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항공우주 분야 기업들은 정밀 제조 특성상 대부분 실내 작업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AI 기반 환경 제어 시스템이 작업 구역별 최적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하고, 작업자 밀도에 따른 동적 환경 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공조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공동으로 방산업계 전용 폭염 대응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이 앱은 기상청 데이터와 연동해 실시간 폭염 위험도를 제공하고, 업계 종사자들 간 안전 경험과 대응 방법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포함한다.
업계별 차별화된 혁신 기술 도입··· 폭염 대응 시스템 첫 시험대
각 업계는 작업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선박 내부 작업의 밀폐된 공간 특성을 반영해 선박용 냉각 시스템을 작업장에 응용한 '모듈형 냉각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선박 엔진룸에서 사용되는 해수 냉각 기술을 활용해 작업 구역별 맞춤형 냉각이 가능하다.
철강업계는 용광로 주변 등 초고온 작업 구역에 '이동식 냉각 자카드'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군사용 냉각 장비 기술을 응용한 이 시스템은 60도 이상의 극한 환경에서도 30분 이내에 주변 온도를 20도 이상 낮출 수 있는 성능을 보인다.
방산업계는 보안이 중요한 특성을 반영 폐쇄형 네트워크 기반의 '실시간 위험 공유 앱'을 구축했다. 작업자들이 현장에서 발견한 폭염 위험 요소를 즉시 공유하고, AI가 패턴을 분석 유사 위험 상황을 사전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여름철이 이들 기업의 혁신적 폭염 대응 시스템이 실전에서 검증받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통해 국내 제조업계의 안전관리 패러다임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된 통합 안전관리 생태계로 본격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