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인도와 손잡고 ‘탈 중국’ ··· 글로벌 조선업 새판 짠다
폭발적 성장세 보이는 인도 조선업, 정부 지원 본격화 코친조선소와 MOU 체결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선도 2033년까지 연평균 60% 성장 예상하는 인도 조선시장 선점 나서
HD현대가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와 전략적 협력에 나서며 글로벌 조선업 새판짜기 시동을 걸었다. 중국 중심의 조선업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산기지 확보와 시장 다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CSL)와 ‘조선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글로벌 조선업 공급망 재편의 핵심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요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인도가 새로운 조선업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인도는 새로운 생산기지이자 시장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인도 조선업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켄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약 9000만달러(약 1228억원)에 불과했던 인도 선박 건조 및 수리 시장이 2024년 11억2000만달러로 12배 이상 급성장했다. 2033년까지 연평균 60% 이상의 성장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강력하다. ‘마리타임 인디아 비전 2030’과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 등 해양산업 육성 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10위, 2047년까지 세계 5위 조선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5년 약 2500억루피(한화 약 4조원) 규모의 해양개발기금을 조성하고, 4개의 메가 조선단지 조성과 7억 200만달러의 현대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협력 파트너인 코친조선소는 인도 최대 규모의 국영 조선소로, 인도 정부가 67.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선부터 항공모함까지 다양한 선종의 설계·건조·수리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총 70척의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도 최초의 자국산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를 건조했으며, 노르웨이·미국·독일·네덜란드 등 해외 고객사에 47척을 인도한 경험으로 기술적 신뢰성을 입증했다.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확장으로 경쟁력 강화
현재 글로벌 조선업은 한·중·일 3국 중심의 경쟁구도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중국이 69%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과 공급망 다변화 요구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HD현대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올해 4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MOU를 체결했고, 6월에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페루 국영 시마 조선소와 잠수함 공동 개발에 나서는 등 다각적인 국제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한국 조선 DNA’의 인도 전수다. HD현대는 코친조선소의 설계·구매 지원, 생산성 향상 및 글로벌 수준의 품질 확보를 위한 기술 협력, 인적 역량 강화 및 교육 훈련 체계 고도화 등 전방위적 협력을 추진한다. 특히 양사는 향후 인도 및 해외 시장에서의 선박 수주 기회를 함께 모색하기로 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공동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의미한다.
한국 조선업은 현재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중국과의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질적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LPG 운반선 수주량의 93%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인도 해운공사(SCI)가 총 10억달러 규모의 선박 발주를 위해 한국과 중국 조선소들과 본격 협상에 착수한 것도 긍정적 신호다. 인도는 2040년까지 총 112척의 자국산 유조선을 확보하기 위해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며, 이는 한국 조선업에 지속적인 수주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와 코친조선소의 협력은 단순한 양자 협력을 넘어 아시아 조선업 생태계의 재편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선진 기술과 인도의 성장 잠재력이 결합되어 중국 중심의 글로벌 조선업 구조에 새로운 균형점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향후 이 협력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한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