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ESG는 생존 위한 필수 전략"

상반기 주요기업 ESG 보고서 분석… AI윤리부터 탄소중립까지 ESG 경영 ‘글로벌 스탠다드’ 전면 도입 이중 중대성 평가·AI 윤리 강화로 지속가능 경쟁력 확보 나서

2025-07-03     신종모
국내 주요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생존과 성장의 필수 전략으로 내세우며, 글로벌 기준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산업별 특화 전략을 앞세워 지속가능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국내 주요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단순한 선택 사항이 아닌 생존과 성장의 필수 전략으로 격상시키며, 글로벌 기준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산업별 특화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일 그린포스트코리아가 2025년 상반기 주요 기업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부터 방산·게임·제약·철강 등 각 업종 리더들이 ESG 경영의 대전환을 주도하며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유럽연합(EU) 기업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등 신규 글로벌 공시 기준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환경·사회 영향과 재무 영향을 동시에 고려하는 '이중 중대성 평가'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산업계의 경우, 국방안보 연계 사회공헌 모델을, 게임업계는 인공지능(AI) 윤리 강화를, 철강업계는 탄소집약적 산업의 친환경 기술 혁신을 통해 각각 지속가능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ESG가 단순한 선택 사항을 넘어 기업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전기전자·자동차업계, AI 윤리·탄소중립 ‘투 트랙’ 추진

전기전자와 자동차 산업이 ESG 경영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신환경경영전략을 통해 7대 대표 제품의 소비 전력을 31.5%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고, SK하이닉스는 AI 시대 퍼스트 무버를 강조하며 HBM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LG전자 역시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순항 중이다.

자동차업계는 전동화 전환과 함께 배터리 순환경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최대 규모 PPA(전력구매계약)를 체결하고 ‘카 투 카(Car to Car)’ 순환경제 모델을 도입했다. 기아는 다양한 글로벌 공시 가이드라인을 준용해 투명성을 높였다. 두 기업 모두 해외사업장 재생에너지 확대와 공급망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해 국제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방산·철강업계, 산업 특성 살린 차별화 전략 부각

국방안보와 직결된 방산업계는 사회적 책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디펜스(Defense) KAI’ 프로그램을 통해 UN기념공원 참배, 필리핀 6·25 참전용사 지원 등 국방·안보 특화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으며, TCFD 권고안을 새롭게 적용해 기후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LIG넥스원은 방산업계 최초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블랑제리길'을 개소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철강업계는 탄소집약적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혁신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스틸 포 그린(steel for Green)’ 전략 하에 하이퍼 전기로 기술 개발과 통합전산시스템(D-SaFe) 시스템 구축으로 친환경 제철과 근로자 안전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동국씨엠 역시 ‘클린 무브 그린 스틸(Clean Move, Green Steel)’ 전략으로 친환경 제품 개발에 주력하며 업계 전반의 녹색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게임·제약업계, 디지털 윤리·헬스케어 접근성 확대

게임업계는 AI 윤리와 사용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크래프톤은 상장 후 첫 ESG 보고서에서 AI 윤리위원회 운영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AA 등급 획득 성과를 공개했다. 넷마블은 EU CSRD를 반영한 이중 중대성 평가를 시행해 글로벌 기준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엔씨소프트는 5년 연속 보고서 발간을 통해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체계 인증을 받으며 사용자 보호 체계를 강화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환자 중심의 ESG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매출 2조원 돌파와 함께 레이저티닙 글로벌 승인 성과를 공개하며 혁신 신약 개발 역량을 입증했다. HK이노엔은 유럽지속가능성 보고 기준(ESRS) 기반 글로벌 공시 체계를 도입했고, GC녹십자홀딩스는 헬스케어 접근성 확대를 위한 소외 계층 지원을 강화하며 사회적 가치 실현에 나섰다.

이중 중대성 평가 확산··· ESG 데이터 관리 시스템 고도화

올해 상반기 ESG 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 공시 기준의 선제적 도입이다. ESRS, ISSB, CSRD, TCFD 등 신규 글로벌 기준을 빠르게 반영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이중 중대성 평가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환경·사회 영향과 재무 영향을 모두 고려하는 평가 방식으로 LIG넥스원을 비롯해 KT, 현대자동차, 넷마블, 동국제강 등이 도입했다.

ESG 데이터 관리 시스템 고도화도 주목할 만한 트렌드다. KAI는 ESG 데이터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LX인터내셔널과 동국제강은 사업장별 ESG 담당자 지정과 태스포스팀(TFT) 운영으로 데이터 신뢰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SK하이닉스가 사회성과 3722억원을 발표하는 등 사회적 가치의 정량화도 확대되고 있어 ESG 경영이 더욱 체계적이고 측정 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준에 맞춘 ESG 경영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어 앞으로의 변화가 더욱 기대된다”며 “산업별로 차별화된 전략과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가 자리잡아 가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ESG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