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사활…“탄소중립 경쟁”

2030년 상용화 목표로 조단위 투자… 정부 8146억원 지원 확정 "탄소중립 시대 철강 업계 판도 가를 분수령"

2025-06-27     신종모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최근 수소환원제철(DRI)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국내 철강업계 1, 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수소환원제철(DRI) 기술 개발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2030년 상용화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각각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면서 미래 철강업계 주도권을 놓고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정부가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키면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8146억원(국비 3088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양사 경쟁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독일(10조2000억원) 대비 3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던 정부 지원이 대폭 확대되면서 기술 개발 속도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포스코 ‘하이렉스’ vs 현대제철 ‘전기로’ 활용

포스코는 자체 개발한 ‘하이렉스(HyREX)’ 공법을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렉스는 유동환원로와 전기용융로를 결합해 철광석 분광을 직접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샤프트 공법(고품위 철광석 필요)과 달리 저렴한 원료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포스코는 30만t 규모의 시험 설비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후 2050년까지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전략은 단순한 환경 대응이 아닌,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의 초격차 확보다. 하이렉스 기술은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바 없는 100% 수소 환원 공정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포스코는 미래 친환경 철강 시장에서 기술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 또한 파이넥스(FINEX) 공법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유동환원로와 전기용융로의 결합은 공정 효율화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인다.

현대제철은 주로 전기로(EAF) 방식의 철강 생산에 강점을 보인다. 최근에는 기존 전기로에 수소환원철(DRI)을 활용하는 저탄소 생산체계로의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정부의 실증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해 중소·중견기업이 보유한 전기로에 수소환원철을 적용하는 과제를 수행한다.

현대제철의 접근 방식은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도입해 탄소 저감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 이는 투자 부담을 줄이고, 빠른 시일 내에 저탄소 철강 생산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기술 선도, 현대제철이 추격하는 구도로 보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표준이 정립되지 않은 만큼 어느 쪽이 시장을 주도할지는 미지수다.

포스코가 지난해 1월 26일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하고 탄소중립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사진=포스코

8000억 정부지원 두고 ‘빅매치’··· 투자 규모도 천차만별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확정되면서 양사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사업'으로 2026~2030년간 총 8146억원(국비 3088억원)이 투입되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나눠 가질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의 정부 지원금은 2685억원으로 독일의 10조2000억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예타 통과로 경쟁국 대비 38분의 1 수준이던 지원 규모가 대폭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기술 개발 가속화가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를 중심으로 한 수소환원제철 설비 구축에 수조원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30년 상용화 목표는 포스코와 동일하지만, 우리만의 차별화된 접근으로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소환원제철 경쟁, 철강업계 판도 바꾼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수소환원제철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한국 철강업계의 미래 패권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현재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t당 8000~9000원으로 유럽연합(EU)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환경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급상승이 불가피하다.

수소환원제철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2만250원까지 올라야 하는데 이는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공통 전망이다. 그 시점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산업생태계 전반의 변화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2038년 전력수요가 129.3기가와트(GW)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력소비량을 2배 증가시키는 수소환원제철은 오히려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과의 동반성장을 이끌 수 있다.

2050년까지 산업 부문 탄소감축 목표의 40%를 담당할 이 기술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후방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결국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먼저 상용화하는 기업이 한국 제조업 전체의 탄소중립 전환을 주도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기술 경쟁이 치열할수록 한국 철강업계 전체의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7년 남은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먼저 상용화에 성공하느냐가 향후 철강업계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