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 지역 주민에 '햇빛·바람연금' 우선 적용… 님비 해소 될까?

정부, 재생에너지 수익 공유로 전력망 확충 속도 높인다 전기요금 인상 우려 vs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감 교차

2025-06-26     진경남 기자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에너지 공약인 '햇빛·바람연금'을 송전선 통과 지역 주민에게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에너지 공약인 '햇빛·바람연금'을 송전선 통과 지역 주민에게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전력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을 완화하면서 농어촌 지역에 새로운 소득원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송·변전설비 인근 지역 주민이 10MW 미만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할 경우 토지 제공, 자금 지원, 송전망 연결 우선권 등을 지원하는 햇빛·바람연금 계획을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햇빛·바람연금은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창출된 수익을 해당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제도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유치로 인한 이익을 지역경제에 환원하고 전력망 설치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전남 신안군은 햇빛연금을, 제주도는 바람연금을 각각 시행하고 있다.

전력망 경과지 외에도 인구 소멸 위기 지역, 에너지 취약 지역 등을 연금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민이 직접 발전사업에 참여하거나 지역 기반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전력은 도매시장에서 거래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고, 수익금은 마을 공동사업이나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며 지역경제 활성화 및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도시 지역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열어뒀다. 최근 입법 예고된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시행령 따르면 송전설비 인근 거주 주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경우 정부가 전력망 접속비용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민 거주 지역에 적절한 재생에너지사업이 없을 경우 타지역 사업 투자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안군의 경우 사업 이익 중 30%를 지역에 환원하고 있어, 이같은 '이익 공유제'가 확산될 경우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전기요금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님비 막는다" 정부의 고심… 전력망 확충으로 이어질까

이번 정책 도입의 배경 중 하나는 님비현상 완화라는 정책적 고민이 깔려 있다. 재생에너지 연금을 통해 주민이 '피해자'가 아닌 '이해 당사자'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동해안~동서울을 잇는 280km 규모의 HVDC(초고압직류송전망) 건설사업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지역 반발로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 고창, 무주, 정읍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송전설비 주변지역 보상법 등을 마련했지만, 실질적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주민 불만은 여전하다. 햇빛·바람연금을 통해 주민 수익을 제도화하면, 전력망 확충에 따른 갈등을 줄이고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산업부의 기대다.

나아가 이 모델이 제대로 안착할 경우 원자력발전소 등 대형 전력시설 설치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원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다수가 공감하지만, '우리 지역엔 안 된다'는 여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에 대해선 81.9%가 긍정했지만 ‘거주지 인근 건설’엔 52.8%가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방사선 노출 우려(59.2%)와 환경 훼손(24.4%)이 주를 이뤘다. 반면 찬성자는 에너지 자립(54.2%)과 지역경제 활성화(21.9%)를 주요 근거로 꼽았다.

다만 이런 정책이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정부의 햇빛·바람연금은 대규모 송전망을 건설하면서 주민 반대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를 국민들에게 비싸게 팔고, 정부 보조금까지 더해 송전탑 건설지역 주민에게 일정한 연금을 지원하면 국민들의 부담이 증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