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액화수소운반선 개발 기술 전쟁··· "140조원 시장 잡아라"

"극한 기술력 요구하는 차세대 성장동력" “일본 2년 앞섰다? 한국의 반격 시작”··· 2027년 분수령 경제성 논란 속 암모니아·LOHC와 치열한 운송방식 경쟁

2025-06-25     신종모
수소경제 대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액화수소 운반선을 둘러싼 한일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수소경제 대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액화수소 운반선을 둘러싼 한일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 세계 수소경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50년까지 액화수소 운반선 수요가 200여 척, 시장 규모는 1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수소는 2050년 최종에너지 수요의 2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당량이 해상운송을 통해 이동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액화수소 운반선은 미래 에너지 대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승자독식’ 시장··· “영하 253℃, 800분의 1로 줄여라”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액화수소 운반선은 수소를 영하 253℃에서 액화시켜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여야 하며, LNG선보다 9배 이상 높은 증발률 등 극한의 기술 난이도를 요구한다. 

이런 고난이도 기술 특성상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은 전형적인 ‘승자독식’ 구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을 먼저 선점한 국가가 표준을 주도하며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LNG 운반선에서 프랑스 GTT사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한국 조선사들로부터 매년 수천억원의 라이선스 비용을 받아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일본이 선발주자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가와사키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 액화수소 운반선 ‘스이소 프론티어’는 지난 2022년 호주-일본 간 75t 수송 실증에 성공했다. 일본의 진짜 강점은 단순한 선박 기술을 넘어 액화수소 인수기지, 파이프라인 등 통합 인프라를 구축해 실증과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췄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일 기술 격차를 2~3년 정도로 분석한다. 양국 모두 대형 상용선 출시 시점을 2026~2027년으로 잡고 있어 한국이 집중 투자로 충분히 추격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한국 조선 3사는 각기 다른 혁신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인공지능 생셩 이미지

조선 빅3, ‘차별화 전략’··· 삼성重 독자기술 돌파구

한국 조선 3사는 각기 다른 혁신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HD현대는 쉘(Shell), 우드사이드에너지, 현대글로비스, 일본 MOL 등과 손잡고 전기추진·수소연료 이중연료 엔진, 대형 진공단열 탱크 등을 적용한 대형선 개발에 나섰다. DNV 선급의 개념승인(AIP)을 획득하며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CB&I, 노르웨이 DNV와 협력해 8만㎥급 전기추진 액화수소운반선의 기본 인증을 받았다. 화물창에서 자연 기화되는 수소가스로 무탄소 전력을 생산, 운항 중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기술이 특징이다. 향후 16만㎥급으로 대형화도 추진한다.

삼성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멤브레인형 액화수소 화물창을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해 영국 로이드 선급에서 16만㎥급 개념설계 인증을 획득했다. LNG선에서의 해외 기술 의존을 벗어난 상징적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아직 국제 표준이 확립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는 것이다. 조선 3사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과 함께 액화수소 화물창의 재료 시험 및 표준화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초극저온 환경에서의 안전성 검증과 국제 표준화 추진을 통해 차세대 수소 운반선 시장에서 기술적 기반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경제성 논란 vs 동아시아 허브 잠재력

액화수소 운송의 경제성도 중요한 변수다. 한국가스공사 분석에 따르면 2050년 수소 2390만톤을 해외에서 수입할 경우 액화·수송·저장에만 66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수소 액화에 필요한 에너지가 천연가스 액화의 약 40배에 달한다는 점은 암모니아나 액체유기수소운반체(LOHC) 등 대체 운송방식과의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수소 생산 잠재량이 최대 0.2EJ에 불과한 대표적인 수소 수입국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수소 수입국으로서 운송 기술을 주도할 동기가 크다는 뜻이다. 지정학적으로도 동아시아 수소 허브 역할이 가능하며,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등 인근 국가들의 수소 수요까지 충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성공의 핵심은 극저온 저장탱크 기술의 완전한 국산화와 기자재 공급망 완성이다. 현재 진공단열 기술 등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상업적 규모의 대형 화물창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밸브, 펌프, 배관, 계측센서 등 극저온 환경에서 작동하는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 없이는 진정한 기술 자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 3사가 각기 다른 차별화 전략으로 일본을 추격하는 가운데 특히 삼성중공업의 독자 기술 개발 성과는 한국이 ‘LNG 운반선 신화’에 이어 ‘액화수소 운반선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적 신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