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ESG로 둔갑··· NH농협은행 ESG '빨간불'
탄소배출 감축 성과 타사의 4분의1 수준 정부 정책을 자사 사회공헌 활동으로 포장
NH농협은행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주요 시중은행 대비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탄소배출 감축 성과는 물론 정부 정책을 자사 사회공헌 활동으로 포장하는 등 ESG 경영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각 사 ‘ESG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내부 탄소배출량(스코프 1+2)은 지난 2023년 기준 9만4231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신한·하나·우리은행의 내부배출량은 6만~7만tCO2eq 수준이다. 농협은행 탄소배출량 감축률도 2020년 9만7892tCO2eq에서 3년간 약 3.7%에 그쳤다.
운영 규모 면에서 비교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KB국민은행은 내부배출량을 같은 기간 11만2200tCO2eq에서 9만3481tCO2eq로, 약 16.7% 줄였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두 은행의 총 임직원, 점포 수는 농협은행(1만3510명, 1110개), 국민은행(1만4405명, 806개)였다. 단, 점포 수는 배출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농협은행은 작년 6월 발간한 ‘2023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서 고향사랑기부제를 ‘상생금융 활동’으로 내세웠다. 제도 정착과 활성화에 이바지했다는 설명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출생지나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고, 기부자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동시에 기부한 지역에서 답례품으로 해당 지역의 특산물을 제공하는 제도다. 이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부(행정안전부)의 핵심 정책이다.
이 제도의 오프라인 기부 창구는 농협뿐이다. 다른 기관에서도 온라인으로는 기부할 수 있으나, 오프라인에서 현금으로 기부하려면 농협은행 창구에 가야만 한다. 그런데 농협은행을 이를 자사 사회공헌 활동이자 '상생금융'의 대표 사례로 내세운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아전인수’식 행태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ESG 전문가는 "고향사랑기부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지, 특정 은행의 독자적인 상생금융 활동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더구나 (농협은행이) 오프라인 기부 창구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자칫 '특혜'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농협은행은 전국적인 점포망을 통해 제도를 알리고, 접근성을 높였으므로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데 기여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의 수단이자 통로로서 역할을 넘어, 자사 치적으로 포장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